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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재미를 끝까지 유지하기에 힘이 부친다.... 심야의 FM
ldk209 2010-10-07 오후 5:40:09 10125   [7]
긴장과 재미를 끝까지 유지하기에 힘이 부친다.... ★★☆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강렬한 흑백화면으로 시작한다. 서울의 거리를 달리는 택시의 내부.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포스터가 담겨있는 키홀더가 흔들거린다. 주인공 고선영(수애)은 영화음악을 들려주는 심야 라디오(2시~4시)의 진행자다. 앵커로 출발한 그녀는 완벽주의자에 독선적이기는 하나 사회적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뉴스 시간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성범죄자를 풀어준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 앵커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 사회적으로 범죄자를 상대로 하는 연쇄살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와중에 딸의 건강을 이유로 갑자기 라디오 진행을 그만두기로 한 고선영의 마지막 방송. 고선영은 한동수(유지태)로부터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방송을 진행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이유도 모른 채 가족을 구하기 위해 한동수와 피 말리는 사투를 벌어야 하는 고선영. 대체 둘 사이엔 어떤 이야기가 숨겨 있을까?

 

우선 영화 홍보로는 리얼타임 스릴러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하이눈>처럼 실제 시간과 영화 시간이 맞물려 돌아가는 건 아니다. 예고라든가 홍보물에서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강조하는 데 반해 실제 영화에서는 시간의 경과로 인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그다지 성공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심야의 FM>은 대중 영화로서의 기본적 재미를 부여하기는 한다. 중후반부에 들어와 조금 늘어지기는 해도 전반적으로 재미와 긴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야기의 틀도 대체적으로 잘 맞아 떨어진다. 왕가위라든가 토미 스콧 감독의 영화가 떠오르기는 해도 스타일리시한 영상도 나름 볼 만하다.(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긴 하지만)

 

대중 영화로서 기본적 재미를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스릴러 장르로서의 평가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데, 이 부분은 뒤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하고, 우선 간단히 집고 넘어가자면 <심야의 FM>의 세부적 에피소드에서 <패닉룸>이라든가 <킬 위드 미>같은 여러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는 어쨌거나 이 영화가 독창성하고는 조금 거리가 멀다는 걸 말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이 영화만이 아니라 최근 들어 갑자기 많아진 듯한 한국 스릴러 영화들이 대체로 비슷한 지적을 받곤 한다. 아무튼 이 부분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선 의아하게 생각한 지점은 각각의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문제였다. 이 영화에선 두 명의 주연배우와 라디오 차장(정만식 - 어디서 봤나 한참 생각했다. 영화 <똥파리> 출연)을 제외한 주요한 캐릭터들이 너무 소모적으로 활용되는 감이 있다. 라디오 작가(최송현)와 프로그램 진행자(김민규)는 시종일관 방송국 내를 돌아다니며 고선영이 던져주는 미션만을 수행하느라 모든 시간을 소비하는데, 마치 박제된 인형처럼 느껴진다. 둘의 출연 시간도 많고 비중도 높은 편이지만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이게 연출의 문제가 큰 것인지 아니면 캐릭터를 살리지 못한 연기의 문제가 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둘은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해 줄 수 있다. 정말 큰 문제는 덕태(마동석)의 활용이다. 작년에 개봉했던 <실종>에서 다방레지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중요한 단서를 던져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방 레지가 아니었다면 영화가 성립되기 힘들 정도였는데, 너무나 많은 상황이 우연에 기초한다는 것 때문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심야의 FM> 덕태의 경우도 그렇다. 일반적 팬이라기보다 거의 스토커에 가까운 덕태는 아마도 자폐증 환자를 상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천재적 기억력으로 동수가 고선영에게 부여한 미션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어디서나 출몰하는 홍반장처럼 느닷없이 등장해 동수와 격렬한 격투를 벌여 동수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드는가 하면, 천재적인 머리로 동수가 아이들을 숨겨 놓은 장소를 알아내기도 한다.

 

모든 방면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캐릭터가 필요했던 이유는 아마도 시나리오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니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정교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런 장치가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고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등장하게 되면 쉽게 해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실상 덕태는 데우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a)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덕태가 등장하기만 하면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왔다는 건 캐릭터 주조에 실패했다는 반증이다.

 

이보다 더 문제는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스릴러 장르로서 평가를 주저하게 한다는 점이다. 스릴러 장르는 대체로 세 가지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춘다. ‘누가’ ‘어떻게’ ‘왜’. 그러나 <심야의 FM>은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누가’는 처음부터 범인의 얼굴과 정체를 밝히고 시작하기 때문에 의미 없고, ‘어떻게’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심야의 FM>은 ‘왜’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왜 한동수는 후임 라디오 진행자를 살해하고 고선영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는 고선영을 협박할까? 안타깝게도 ‘왜’에 대한 의문 역시 초반에 대략적으로 추정 가능하며 영화는 이를 배신하지 않는다. 사실 <택시 드라이버>를 모티브로 삼은 건 대단한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안일하고도 쉬운 선택이었다.

 

‘왜’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에 영화가 할 일은 계속된 추격 장면의 반복이다. 물론 고선영과 경찰의 예상을 깨고 도주하는 한동수의 행로가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경로 자체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거니와 이것만으로 긴장감과 재미를 지속시키기엔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다. 영화가 중후반부에 늘어지게 느껴지는 건 스릴러 영화로서 더 이상 줄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 최근 한국 스릴러 영화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총기를 너무나 자주, 쉽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스릴러 장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스릴러는 스릴러가 아니라 판타지이다.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이 스릴러로서 우리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던 건 모든 성인의 지문을 관리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달콤한 인생>이나 최근 <아저씨>의 경우는 총기를 입수하는 장면을 넣어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노력 정도는 한다. <심야의 FM>은 이러한 노력마저 포기하고 너무 자연스럽게 총기를 사용한다.

 

※ 배우들의 연기를 말하자면, 내 생각에 수애는 크게 연기력을 기대하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기존의 배역과는 다른 역할을 맡아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특히 나는 그 동안 한국 영화에 나오는 아나운서들이 대부분 실제 아나운서 같지 않게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수애는 꽤 어울려보였다. 개인적으로 유지태는 연기 발전이 별로 보이지 않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거의 정형화된 연기 패턴. 이번 영화에서의 유지태는 연기 자체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이코 연쇄살인마로서 관객에게 충분한 공포심을 주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안톤 쉬거(<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지영민(<추격자>)이 가장 대표적인 악당으로 꼽히는 건 이들이 시종일관 광기를 뿜어내는 게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순간순간 서늘함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수는 복장부터 행동, 말투 등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또라이 연쇄 살인마’라는 인장을 달고 다니는데 무서운 캐릭터이긴 하나 진정 살떨림을 주는 공포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본다. 한동수에게 제일 안타까웠던 건 악을 처단하는 영웅으로 스스로 믿고 있는 데 반해,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고뇌나 괴로움도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라디오 음악 방송을 모티브로 했음에도 음악의 힘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그저 배경음악일 뿐이다.

 

※ 영화를 보면서 처음 의문을 가진 지점이 고선영과 라디오 작가가 택시를 타고 가다가 다른 승용차와 부딪치는 장면이었다. 속으로 들었던 생각 ‘교통사고가 났는데, 택시 운전사가 왜 가만히 앉아 있는 거야? 현실에서라면 당장 밖으로 나가 욕하며 싸워야 되는 거 아냐?’ 왜 이 장면을 어색하게 연출했는지는 맨 뒤에서 밝혀진다.

 

※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예상과 달리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다.

 

※ 텅텅 빈 차량 추격 장면은 차라리 없는 게 좋았을 것이다.

 

※ 우연찮은 기회에 <심야의 FM> VIP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시사회에 참석하면 왠지 그 영화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실제로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임에도 묘하게 자꾸 단점만 눈에 띈다.

 

※ 어쨌거나 수애는 진심 아름다웠다.

 


(총 1명 참여)
hkbang63
좋아요.
  
2010-11-13 06:16
spitzbz
단점찾자면 한도끝도 없는 영화였지요..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사실성 개연성 인과여부 다 따지고들면 영화가 별로 재미없어져요..ㅎㅎ 2시간정도 환상의 스크린세계로 들어갔다나오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한국영화였습니다.. 저는 그 착한 스토커(?) 아저씨가 너무 재밌어서 마지막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오토바이 깡패들 여기저기 후다닥 날라갈때하고.. ㅋㄷㅋㄷ   
2010-10-20 23:36
twjoys
도움이 됐어요.   
2010-10-20 09:50
szin68
벌써 느낌이 끝을 걱정했습니다...   
2010-10-15 00:29
lisbela
그렇군요   
2010-10-14 14:18
kang3367
잘 읽었습니다   
2010-10-13 16:34
khle279
정말 잘봤습니다.   
2010-10-11 16:36
gowls5
잘봤습니다 :)   
2010-10-11 14:06
1


심야의 FM(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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