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는 미성숙한 남자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영화다. 트립(매튜 매커너헤이)은 서른다섯살이 되도록 부모와 함께 산다. 변변한 직업 없이도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부모 집을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데이트와 산악자전거, 서바이벌 게임 등의 레포츠를 사랑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책임지는 건 죽을 만큼 싫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좀더 발전된 관계를 원하면 부모와 함께 사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다음은 간단하다. 여자친구는 떠나고, 그는 다시 자유를 얻는다.
그의 삶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던 부모가 심경의 변화를 맞이하면서다. 노년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그의 부모는 ‘남자 길들이기 전문 컨설턴트’ 폴라를 고용한다. 모든 일이 폴라의 계획에 의한 것임을 모르는 트립은 자신과 너무 닮은 폴라에게 빠져든다. 그들의 행복한 데이트는 트립이 폴라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깨진다. 이제 둘은 다투고, 오해하고, 헤어진다.
하지만 영화에는 트립없이 보내야 할 둘만의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진 않을까 두려워한 부모가 갑자기 왜 그의 독립을 바라게 됐는지, 트립과 함께 부모와 사는 것의 즐거움을 노래하던 친구들은 또 왜 그의 독립을 돕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래서 하이라이트인 폴라가 트립이 성숙했음을 깨닫고, 트립이 폴라의 진심을 알게 되는 후반 20분은 큰 감동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런 단점에도 <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가 유쾌한 이유는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큰 인기를 얻은 매튜 매커너헤이가 있어서다. 그는 암벽등반 중 도마뱀에게 물리거나 바다에서 돌고래에게 물리는 트립의 어이없는 행동마저 매력적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초반의 섹스신에서 슬쩍 비친 그의 날렵한 등 근육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볼거리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미국의 주간지 <피플>이 그에게 ‘2005 최고의 섹시가이’라는 명칭을 선사한 것도 전혀 터무니없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HBO>의 인기 시리즈 <섹스&시티>에서 패셔니스트적 기질을 뽐냈던 사라 제시카 파커의 패션감각을 엿보는 일이나, 트립의 부모 역을 맡은 테리 브래드쇼와 캐시 베이츠가 보여주는 감초연기도 매우 유쾌하다. 이들의 앙상블이 없었다면, 영화의 그리 길지 않은 러닝타임 96분을 버티는 일이 꽤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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