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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와 영화의 만남... 불청객
ldk209 2010-10-11 오후 5:12:45 223   [0]
디시와 영화의 만남... ★★★☆

 

전국에서 유일하게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한 <불청객>. 일단 이 영화의 본편을 볼 때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이 리뷰를 시작하고자 한다. 영화 시작 시간이 되자 감독이 직접 출연한(물론 본편에도 직접 출연한다) <불청객> 홍보용 예고편이 나온다. 영화 전문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감독이 거리에서 포인트맨을 발견하고 따라와 보니 바로 영화를 상영하는 필름포럼이라는 내용이다. 예고편이 끝나자 실제 이응일 감독이 뜬금없는 자세(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로 스크린 앞에 서 있는 게 아닌가. 혹시 이 영화는 단지 스크린만이 아니라 퍼포먼스와 결합한 일종의 4D 영화인가? 그게 아니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란다. 단관 개봉이고 워낙 저가에 제작한 영화, 거기에 상영시간이 짧다보니 매회 감독이 직접 관객에게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디시의 힛갤에 등극해보는 게 평소 소원이라는 데에서 단적으로 보이듯 아스트랄한 정신세계를 자랑하는 이응일 감독의 진가는 영화 본편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영화의 시작은 거의 사라져버린 비디오 시대의 추억을 환기시킨다. ‘옛날에는 호환 마마 등이~~~’로 시작해 ‘한 편의 비디오,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로 마무리되는 불법 비디오 추방 캠페인에 이어 <그라인드 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을 연상시키는 <진달래>라는 제목의 영화 예고편이 등장한다.(“오빠는 왜 혼자 다녀요?” “군대에 갔다 왔더니 아저씨가 되었어”- 뒤집어 지는 줄 알았다) 이러한 순서는 영화의 비디오테이프와 동일한 것이다.

 

‘이 영화를 디시인사이드에 헌정한다’는 자막과 함께 이제 진정한 <불청객>의 시작. 스토리라는 것을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만년 고시생 진식과 두 백수 응일, 강영이 사는 반지하 자취방에 어느 날 택배 상자 하나가 떨어진다. 호기심이 많은 응일이 상자를 열자마자 펜로즈의 삼각형과 함께 포인트맨이라는 외계인이 등장,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과 세 명의 백수 사이에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선언한다. 사실 포인트맨은 백수들의 생명을 가져가 거부들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불법적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백수들이 이 계약을 거부하자 포인트맨은 이들의 자취방을 우주로 날려 보낸다. 세 명의 백수들은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포인트맨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간단한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이, <불청객>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우화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아바타>라는 영화가 개봉하는 현실에서 <불청객>이라는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개봉하게 된 것 자체가 현실에 대한 풍자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주의 지배자라는 포인트맨이 영어만(!)을 사용한다든가, 그가 재직(?)하는 직장 이름이 론리스타 수명은행이라는 것도 현실의 날카로운 반영이며, 백수 등 루저들이(표현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는 채 거대 독점기업의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서 현실에 대한 감독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2008년 촛불에서 우리가 본 건, 새로운 인터넷 세대의 재기발랄한 저항 문화였으며, <불청객> 역시 이 흐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반 작업을 제외하고 단 돈 500만원의 제작비, 영화 촬영의 99.9%는 반지하 자취방에서 촬영했으며, 배우들은 감독을 포함해 실제 같이 자취를 하고 있던 두 명의 동료. 150만원의 구입비가 아까워 4개월 동안 직접 설탕을 녹여 제작했다는 유리창(4개월이면 그냥 구입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란 안타까움), 감독이 얼굴에 파란색 물감을 칠하고 포인트맨을 연기했다는 등의 제작 비화는 SF영화라는 게 단지 거대 자본의 투입으로만이 가능한 건 아님을 깨닫게 한다. 특히 우주 공간을 떠도는 국회의사당이라든가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미숫가루를 타서 나눠먹는 장면 같은 기발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이상하게도 슬픈 영화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일정한 정서의 공감에 이르지만, 코미디 영화는 그 코드에 맞느냐 안 맞느냐에 따라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미쓰 홍당무>를 봤을 때가 떠오른다. 그 영화를 보며, 나는 배꼽이 빠져라 혼자 데굴데굴 웃었지만, 다른 관객의 표정은 냉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미쓰 홍당무>는 <불청객>에 비해선 약과일 것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이토록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B급의 극단을 내달리는 뻔뻔스러움에 찬사를 보내겠지만,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수준을 넘어서서 아마도 환불을 요구할 정도로 화가 날지도 모른다. 만약 평소 자신이 디시를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강추, 디시에 대해 반감이 심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보지 말 것을 권한다.

 

※ <불청객>의 개봉으로 인해 이응일 감독은 평소 소원해 왔던 디시 힛갤에 등극했으며, 유식대장과 유진낭자가 찾아와 관람했다고 한다. 소원 성취한 감독에게 축하.

 

※ 다른 건 다 감내해도 의미 전달조차 쉽지 않은 배우들의 발성은 어떻게 쫌~~~~. (필름포럼의 열악한 시설 문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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