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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만 조금은 위험한 코미디... 방가? 방가!
ldk209 2010-10-13 오후 2:18:10 579   [0]
착하지만 조금은 위험한 코미디... ★★★

 

어떤 식으로든 일하고 싶은 영화의 주인공 방태식(김인권)은 친구 용철(김정태)의 조언에 따라 중앙아시아 부탄 출신 노동자 ‘방가’로 가장한 뒤 의자 생산 공장에 취직한다. 태식은 의자 공장에서 알 반장(칸), 찰리(피터 홀밴), 마이클(팔비스), 라자(나자루딘), 장미(신현빈) 등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태식은 용철의 노래방을 돕기 위해 ‘외국인 노래자랑’을 내세워 공장 직원들을 매일 노래방으로 데려온다. 그러던 어느 날 태식의 주민등록증을 위조로 착각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용철에게 자신들에게도 가짜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용철은 그들에게 받은 돈을 챙겨서 도망칠 생각을 하게 된다.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경우,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않으면 지방의회 선거에 당선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할 정도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미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다민족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다민족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은 우리 삶의 풍경을 바꾸어 놓을 것이고, 문서화된 제도와 무형의 규범까지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한국영화에도 이주 노동자들의 모습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특히 작년엔 <반두비> <로니를 찾아서>와 같은 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개봉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점에서 <방가? 방가!> (앞으로 <방가 방가>)는 처음 접했을 때, 의아한 부분들이 있었다. 작년에 개봉한 <반두비> <로니를 찾아서>는 대단히 진지한 독립영화였던데 반해 <방가 방가>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다. 그러니깐 우리에게 이주 노동자들의 존재가 코미디 영화로 다룰 만큼 사회적 여건이나 인식이 성숙해졌나 하는 것이고,자칫 대단히 우스꽝스러운 희화화의 대상에 머무르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먼저 다가왔다고 해야 되겠다.

 

이런 점에서 <방가 방가>는 일장일단이 있는 영화로 보인다. 실제 현실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접하거나 또는 접할 수 있는 고난이 영화에선 딱히 그려지지 않는다. 사실상 악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방가 방가>엔 악독 자본가도 없고 이주 노동자를 노골적으로 업신여기는 사람도 없다. 이 영화가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한 영화가 아님은 분명하지만, 현실을 말랑말랑한 몽상처럼 다룬 것도 분명하다. 물론 육상효 감독이 현실을 현실적이지 않게 표현한 것은 무거운 소재로 인해 영화 자체가 짓눌려버리는 상황을 피하고자 함이었다는 건 이해할만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 영화라는 것이다. 태식이 얼떨결에 이주 노동자 대표를 맡아 시위를 주도하다가 이들을 데리고 노래방으로 데려가는 장면 등은 정치적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불편한 장면일 수 있지만,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추구하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선의로 이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데 다른 점에서 이 영화는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그건 어디든 취직해서 일하고 싶은 태식(한국인)의 취직이 외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했을 때라야 가능하다는 영화의 기본 설정 때문이다. 그러니깐 자칫 외국인은 일할 자리가 많고, 한국인은 없다는 해석, 바꿔 말해 반다문화사회 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외국인으로 인해 한국인이 일할 자리가 없다. 그래서 취직이 안 돼 실업률이 높은 것이다’는 주장과 맞닿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유럽의 극우파 주장과도 동일하다) 건설 쪽에서 일하는 친구의 얘기에 따르면 노동부에서 각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T.O를 대폭 줄여,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의 건설 현장 취업을 사실상 막아 놨다고 한다. 이들의 의도는 대신 그 빈자리를 한국의 청년들이 일하게 되므로 청년 실업의 해소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인데, 당연하게도 이러한 조치는 별다른 성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

 

왜냐면, 건설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요가 생기게 된 것은 일자리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일하려는 한국인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빈자리에 새로 충원되는 사람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건설 현장만이 아니라 많은 공장들이 이주 노동자들이 아니면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고, 따라서 보수 정권에서도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장기적으로 강하게 밀고 나가기 힘든 배경이 여기에 있다. 거기에 한국의 청년 실업자들에게 영화 속 태식처럼 ‘눈을 낮춰 3D 업종이라도 취직하라’고 말하는 것도 실업 사태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이런 얘기를 쉽게 늘어놓는 사람은 스스로는 안정된 직장에 있거나 집안이 부유해 취직할 걱정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식으로 해결될 실업문제라면 처음부터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로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부분적으로 과하게 오버하는 장면이 있기는 해도 특히 태식의 욕 강의와 용철의 노래 강의 장면은 배꼽 잡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많은 장면에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착하다. 그러나 과도한 착함은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자칫 날카로운 상처로 돌아오기도 한다.

 

※ 한국에 부탄 출신 이주민 숫자가 얼마 되는지는 잘 모른다. 물론 영화에서의 얘기는 과장된 얘기겠지만, 확실히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건 사실인 것 같다. 나는 부탄 출신이라고 하면 <집오리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도르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 영화로 인해 부탄에는 조장(鳥葬)이라는 장례 의식이 있고, 아래로 돌을 던지는 일종의 민족 경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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