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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세료나~ 시간의 춤
yghong15 2010-10-14 오후 7:36:32 596   [0]
승리할 때까지’. 1965년, 체 게바라는 쿠바를 떠났다. 혁명을 위해 볼리비아로 향하면서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신념을 말했다. 그 신념은 유언이 됐다. 떠나간 자보다 앞서 떠나온 이들이 있었다. 1905년 “4년 동안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천여명의 한인이 멕시코행 일포드호를 탔다. 이중 300여명은 가혹한 노예의 삶을 이기지 못해 가축 수송용 배를 타고 쿠바로 왔지만 그들을 반기는 건 에네껜 농장뿐이었다. 결국 돌아오지 못한 그들은 낯선 땅 쿠바에서 숨을 거뒀다.

체 게바라라는 익숙한 이미지와 쿠바-한인이라는 낯선 존재, 그 간극을 동기 삼아 <시간의 춤>은 여행을 떠난다. 살기 위해 싸웠고, 살기 위해 도망쳤던 이들은 모두 죽었다. 체 게바라도 죽었고, 한인 1·2세대 또한 죽었다. 체 게바라를 동경하는 한국의 감독이 남아, 피부색은 다르지만 <꼬부랑 할머니> <나비야>를 어설프나 천연덕스럽게 부르는 쿠바-한인을 만난다. ‘살아남은’ 자들의 대화는 그러니까 과거로의 동행일 수밖에 없다. ‘천명의 사람들, 천개의 사랑, 천개의 불안, 단 하나의 희망’을 만나기 위한.

소제목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시간의 춤>은 크게 2부로 구성됐다. 전반부에 이하나의 목소리로 들려지는 건 주로 이국적인 삶의 낭만이다. 춤과 노래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결혼한 사실을 까먹어서 또 결혼했다는 능청스런 할아버지도 나오고, 쿠바 혁명을 위해 게릴라 활동을 한 한인도 보여준다. 반면, 후반부 장현성의 내레이션은 이주민의 그리움을 담는다. 기억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누군가는 가족의 무덤가에 꽃을 놓고 흐느끼고, 누군가는 검버섯 핀 손으로 몇 십년 전의 연애편지를 뒤적인다.

달콤한 낭만과 지독한 그리움. <시간의 춤>이 찾아낸 삶의 키워드다. 낯선 땅으로 사실상 축출됐던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100년 전 ‘상자 안의 여자’가 어떻게 카리브해를 바라보며 맘껏 춤출 수 있는가. 망각이 아니라 기억의 힘이다. ‘죽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그들을 춤추게 했다고 송일곤 감독은 믿는다. 자신의 남편을 어머니의 새 남편이라고 착각하는 할머니를 딸은 ‘자신의 감성이자 인식이자 사랑이자 존재 그 자체’라고 말한다.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담아오는 여행은 많지 않다. 역사의 생채기는 여전히 외상으로 남아 있지만, <시간의 춤>은 지구 반대편의 ‘기적’을 더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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