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와우~ 판타스틱 Mr. 폭스
yghong15 2010-10-16 오전 10:25:13 929   [0]

로알드 달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알아차린 이가 팀 버튼인 건 다행스런 일이었다. 아름답고 심성이 고운 인물들은 사절. 무자비하고 비열하며, 늘 잔꾀를 부리다가 뒤통수를 맞는 속물들이 로알드 달의 소설 속 인물들이다. 그는 낄낄거리는 듯한 유쾌한 필체로 진실에 가장 가까운 인간들을 야멸차게 그려냈다. 그러니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뒤틀린 상상 세계만큼 기괴한 판타지를 창조하는 팀 버튼에게 딱 맞는 원작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 엉뚱하고 느린 방식의 감각을 지닌 웨스 앤더슨에게라면! 이걸 보노라니 로알드 달의 원작이 왜 좀더 빨리 웨스 앤더슨과 만나지 않았는지 억울할 지경이다. 그는 팀 버튼의 비틀기와 완벽히 다른 방식으로 로알드 달을 재해석한다. 지극히 짧은 원작 <멋진 여우씨>가 오히려 웨스 앤더슨의 창의적 해석에는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고약한 농장주와 여우 폭스와의 대결은 그대로, 대신 동화 속 폭스를 좀더 디테일하게 의인화하는 식이다. 특히 폭스 외엔 배경으로 처리됐던 가족들이 전면에 부각된다. 스포츠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는 사촌 크리스토퍼슨 때문에 갈등하는 아들 애쉬가 대표적인 예다. <로얄 타넨바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등으로 익숙한 웨스 앤더슨의 가족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영화를 좀더 웨스 앤더슨식으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부분이다.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거부했다는 웨스 앤더슨은 인형들을 하나하나 움직여서 촬영해야 하는 까다로운 스톱모션애니메이션으로 실사와 가까운 인형을 창조해낸다. 시종일관 눈을 깜빡이는 인형 대신, 앤더슨은 전작의 배우들처럼 길고 느리게 따라가는 카메라를 응시하도록 깜빡이지 않는 눈(!)을 애니메이터들에게 주문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볼 때, <판타스틱 Mr. 폭스>를 보면서 여우 가족에게 심하게 동요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폭스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와 폭스 부인 메릴 스트립의 멋진 연기뿐 아니라, 제이슨 슈워츠먼, 빌 머레이, 에릭 앤더슨, 오언 윌슨 같은 웨스 앤더슨 실사영화의 인물들 역시 고스란히 이 재미난 놀이에 참가하니 말이다. 웨스 앤더슨 사단의 또 하나의 유쾌하고 짠한 가족 이야기가 첨가됐다.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8402 [위대한 침묵] 침묵의 무게~~ bzg1004 10.10.17 485 0
88401 [페이퍼 하트] 사랑하고싶게끔 했던 영화~ bzg1004 10.10.17 365 0
88400 [마루 밑 ..] 마루 밑 아리에티 toughguy76 10.10.17 469 0
88399 [슈퍼배드] 나름재밌었던 애니매이션~~ toughguy76 10.10.17 566 0
88398 [레터스 투..] 잔잔했던 영화~ toughguy76 10.10.17 540 0
88397 [쏘우 4] 죽어서도 살아 있는 사람을 괴롭힌다. ghkxn 10.10.17 878 0
88396 [22블렛] 프랑스판대부 popkkc 10.10.17 402 0
88395 [크리스마스..] 캐롤 yghong15 10.10.17 1024 0
88394 [제노바] 담담한 그들의 슬픔 yghong15 10.10.17 601 0
88393 [홍길동의 ..] 이시영의 코믹 성공? yghong15 10.10.17 454 0
88392 [트릭스] 잔잔한 스토리 yghong15 10.10.17 192 0
88391 [귀향] 귀향 yghong15 10.10.17 738 0
88390 [청담보살] 자연스러운 웃음 yghong15 10.10.17 510 0
88389 [2012] 거대한 스케일 yghong15 10.10.17 422 0
88388 [베로니카 ..] 베로니카~ yghong15 10.10.17 478 0
88387 [백야행 :..] 백야행 yghong15 10.10.17 1121 0
88386 [감자심포니] 남자이야기다 그런데 올드보이보면서리얼리티가있냐고묻고봤냐고? yghong15 10.10.17 627 0
88385 [소라닌]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청춘.... ldk209 10.10.17 510 0
88384 [김복남 살..] 대단한 연기였습니다.. spitzbz 10.10.17 635 0
88383 [시라노 ;..] 추석기간 1등영화 spitzbz 10.10.17 738 0
88382 [터미네이터..] 미래전쟁 서막 ghkxn 10.10.16 1565 0
88381 [심야의 FM] 스릴러의 느낌을 살렸다 ghkxn 10.10.16 642 0
88380 [노라 없는..] 시사회를 보고~ ssh2000 10.10.16 278 0
88379 [노르웨이의..] B급영화의 아쉬움.. toughguy76 10.10.16 388 0
88378 [적인걸 :..] 기대를 마니했지만 아쉬웠던 영화 toughguy76 10.10.16 522 0
88377 [기적의 오..] 다큐의 묘미~ toughguy76 10.10.16 347 0
88376 [김복남 살..] 서영희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bzg1004 10.10.16 696 0
88375 [인셉션] 어렵긴했지만 여름에 기분좋게 본 영화 bzg1004 10.10.16 763 0
88374 [그 남자가..] 잔잔한..그리고 소중한사랑을깨닫게하는 영화 bzg1004 10.10.16 743 0
88373 [레터스 투..] 잔잔한 가을 영화라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 chaeryn 10.10.16 563 0
88372 [기죽지 마라] 기죽지 마라고~ yghong15 10.10.16 271 0
현재 [판타스틱 ..] 와우~ yghong15 10.10.16 929 0

이전으로이전으로211 | 212 | 213 | 214 | 215 | 216 | 217 | 218 | 219 | 220 | 221 | 222 | 223 | 224 | 22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