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렬닌자 고에몬>은 실재 일본의 역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판타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니 오다 노부나가니 하는 이름은 잠시 잊자. 더 중요한 건 영화의 감독인 기리야 가즈아키의 이름이다. 이 젊은 감독은 2004년작 <캐산>으로 데뷔한 유학파 감독으로, 한국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인 우타다 히카루의 전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장기는 대부분의 장면을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뒤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현란한 특수효과를 토핑하는 거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일본의 잭 스나이더(<300> <와치맨>)쯤 되는 남자랄까.
<폭렬닌자 고에몬>은 흥행에 실패했던 <캐산>으로부터 달라진 게 없는 딱 기리야 가즈아키표 영화다. 영화라고 하기 멋쩍을 정도로 값싼 CG와 종잡을 수 없이 화려하기만 한 국적 불명 프로덕션디자인, 가지치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캐릭터까지. 다만 스스로의 미학에 심취해 유사 예술영화처럼 자폭했던 <캐산>과는 달리 <폭렬닌자 고에몬>은 캐릭터와 이야기의 각이 상당히 잘 잡혀 있는 편이다. 오리지널 <하얀거탑>의 에구치 요스케, 한때 한국 남성들의 심장을 지배하던 히로스에 료코 등 연기 좀 하는 배우들의 덕도 크다. 일본에서 격투기 선수로 활약 중인 최홍만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호위무사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 논란이 됐는데 걱정할 필요 없고 분노할 필요도 없다. 그의 출연장면은 모두 합쳐봐야 15분 정도에 불과하고, 영화 속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찌질하기 그지없는 폭군일 뿐이다.
하여간 <캐산>으로 시작해 <야타맨> <큐티 하니>를 거친 일본식 블록버스터는 <폭렬닌자 고에몬>에서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한 느낌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따위 관계없다며 CG로 벚꽃놀이하듯 달려가는 일본 특유의 블록버스터를 위해 이름을 하나 지어줄 때도 됐다 싶다.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나. 분라쿠(일본 인형극)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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