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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리저드
토끼와 리저드
yghong15
2010-10-21 오후 8:33:33
915
[0]
등에 남긴 선명한 흉터 자국 리저드(lizard)가 생긴 원인과 자신을
해외입양아로서 보내버린 부모님의 행방을 찾아 미국 맨하탄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가슴속 상처가 깊이 남아있는 메이(성유리)와
어릴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유일한 피붙이로
둔채 민히제스틴 증후군이라는 심장이 갑작스럽게 멈추는 현상으로
몇초 사이에 다시 회복되는 증세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은설(장혁)
, 이 두 캐릭터가 영화를 이끌어간다. 은설은 어릴적 본 빨간 토끼를
찾고 있다. 어디서 본지 기억 못하지만 분명 본 기억이 있다는 빨간
토끼, 그것은 메이와 은설의 연결고리가 된다. 영화의 시작은
메이의 한국이름인 '이원선', 그녀는 한국에 도착해 공항 택시 정거장
에서 가슴을 쥔채 자신의 발목을 움켜쥔 지저분한 행색의 택시기사
은설과 대면한다. 영화는 특별한 스케일을 가진 긴장감을 일으킬 요소를
드러내지 않고 서사적이면서 느릿한 감정의 흐름을 대사보다는 행동과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드러내려고 한다. 자신의 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메이는 자신의 부모가 이미 죽었다는 것과 자신의 등에 있는 흉터
'리저드' 의 기억도 동시에 묻혀 버린다. 은설은 민히제스틴 증후군의
발작시간이 점점 길어져 감에 따라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의 무기력감의 공포를 가슴속에 묻어둔채 그냥 내버려둘수 없는
여자 메이에게 신경이 기우는 것을 느낀다. 무턱대고 메이를 뒤쫓는
은설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것은 은연중 자신과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에 대한 묘한 동질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인다.
스토커적인 그의 일방적인 행동에 메이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은설의
'강제적인 강요' 를 받아들인다. 메이가 원한 호텔이 아닌 자신의
집 맞은 편 모텔에 묶게 한 은설의 시선은 메이를 쫓고 있다. 메이는
자신의 부모가 죽었다는 상실감과 마음속 상처가 풀리지 않는 설움,
그리고 자신이 3살까지 살았다는 예서역을 단서로 마침내 예서역을
향하게 되고 그 곁에 은설이 있다. 처음에 은설에게 불편함을 느끼던
메이는 은설의 할머니와 마주하고, 은설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
을 알게되어가는 과정에서 은연중 은설에 대한 일을 신경써주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갑작스럽게 끌어당기는 감정의 극한
상황을 배제하고 상실의 아픔과 과거의 상처와 기억에 그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비현실적인
로맨스로 황당무계한 스토리로의 전환을 보여주지 않고 서로 잘
알지 못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천천히 안아주게 되는 느릿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은설의 기억을 통해 토끼와 리저드의
연관성과 과거의 기억의 실마리가 한 조각으로 이어지면서 은설과
메이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메이는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
은설은 그런 메이를 내버려두지 못한채 곁에 붙어있다. 대사보다는
행동과 카메라의 앵글로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표정으로 그들의
감정상태를 대강 짐작하게 만든다. 지루한 듯 하지만 묘한
이 영화만의 매력에 끌려 나쁘지 않은 슬픈 로맨스적 분위기보다는
아픔과 상실, 그리고 은은하게 다가오는 사랑의 느낌정도를
분위기로 엮어낸 색다른 영화가 되었다. 상황에 묘하게 어울리는
영화음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로 한번 쯤 찾아보게 만들
그런 감상의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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