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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새긴 대통령 굿모닝 프레지던트
yghong15 2010-10-22 오전 9:09:35 1181   [0]
건국이래,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통령을 만나고 있는 요즘에 와서는 사실 이 영화가 그리 놀랍지도 않다. 물론 꽤나 유치한 정치적 설교와 지나치게 이상적인 대통령상이 보는 내내 깜찍하고 씁쓸하기도 하지만, 지우개 정부로 대변되는 현 정권의 아주 사소한 정책들마저도 어이가 없어 실소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니 동화 같은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래, 이 영화의 카피대로, 지금의 우리 국민들은 건국이래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통령을 만나고 있긴 하지.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최루성 멜로 드라마를 즐겨보고 매주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하는 서민적인 대통령 김정호와, 굴욕의 정치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정치외교를 고수하나 손수 아들의 기저귀를 고르고 첫사랑의 여인 앞에서는 쩔쩔매다 말도 제대로 못 건네는 최연소 꽃미남 대통령 차지욱, 그리고 자신의 생일 파티 행사에서 남편에게 이혼통보를 받아 사상초유의 이혼 스캔들에 휘말리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 이렇게 세 명의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사적인 일상들을 차례로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15년 동안의 정권교체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지만 실상 우리가 이 영화를 보고 느껴야할 정치적 의도나 메시지는 없다. 이 영화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민들을 대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 지극히도 일상적인 그들의 사생활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 유쾌하고 즐거운 세 대통령들의 동화에 기자시사 반응은 화기애애하지 못했을까? 문제는 너무한 '동화'라는 데에 있었다. 착한 동화를 받아들이기엔 현실이 무척이나 암울하고, 그저 웃고 즐기는 영화로 넘기기에도 우리들의 오늘은 시궁창이라는 사실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던 장진 특유의 유머를 잃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제는 장진도 모두가 좋아할만한 대중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이전의 장진스러운 색깔이 옅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마치 장진이 아니라 다른 대중영화 감독이 연출했어도 이 정도는 나왔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세상이 변한만큼 그도 변하고 그의 영화도 변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제법 재미있다. 첫 코믹연기를 잘 소화해낸 장동건이 바로 이 영화의 백미. 그리고 이제는 영화배우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임하룡의 연기도 단연 압권이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 터지는 키득거림도 장진의 주특기. 어찌보면 대통령이라는 국가최고권력자의 이야기라 소박한 그들의 모습에서 소소한 웃음을 만들어내기가 더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벽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니 그들의 소탈한 모습이 하나의 웃음 코드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장진의 손으로도 좁혀질 수 없는 대통령과 우리 사이의 거리감. 그것은 단순한 거리감이 아니라 그들과 우리 사이의 괴리인 것만 같다.

그래, 사실 이 영화는 꿈이다.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바라기에는 지나치게 먼 미래의 일인 듯 느껴져 오히려 허망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굿 프레지던트' 는 없을지라도 우리가 대통령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라는 인사를 먼저 건내볼 정도의 여유라도 찾아보자는 감독의 뜻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하지만 그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뒷목 잡고 쓰러질 정도로 혈압을 상승하게 만드는 대통령들의 목록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에 그런 여유란 지나친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인사 드리고 싶은 두 분의 전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이 생에 계시질 않으니 어찌보면 <굿모닝 프레지던트>야말로 우리에겐 가장 슬픈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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