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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니.... 에브리바디 올라잇
ldk209 2010-10-23 오후 5:37:51 904   [0]

이토록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니.... ★★★★

 

의사와 환자로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고 가정을 꾸리게 된 레즈비언 커플 닉(아네트 베닝)과 줄스(줄리안 무어)는 정자를 기증받아 낳은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간다. 그러나 딸 조니(미아 와시코우스카)와 아들 레이저(조쉬 허처슨)가 생물학적 아버지인 폴(마크 러팔로)을 찾아가 만나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아직 미혼인 폴은 매력적인 중년남성. 경계하는 닉과 달리 줄스는 폴의 조경공사를 해주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결국엔 육체적 관계까지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을 다른 가족들이 알게 되면서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데...

 

일단 이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은 정확하게 선댄스 영화제를 떠올리게 한다. 말하자면 <트랜스아메리카> <미스 리틀 선샤인> <주노>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주위에서 흔히 보기 힘든 인물들이지만, 그것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으며, 큰 결점이나 흠조차도 결국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부드러움이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기저에 흐른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일 수도 있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가 만난다든가, 레즈비언 커플이 침대에서 게이 포르노물을 본다든가, 혹시 아들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도 마치 일상 속에 흔한 일들처럼 무난히 처리된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스토리의 섬세함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가 주는 풍부함이 가장 인상적인 영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점에선 <레이첼 결혼하다>가 떠올려지기도 하는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적당히 착하면서도 적당히 속물적이다. 의심 많은 완벽주의자 닉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언제나 선한 듯 보이는 줄스조차도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격으로 멕시코 이민자를 해고하며, 딸 조니는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약간의 질시와 의심의 감정을 품은 채 대하고, 아들 레이저는 스스로 나쁜 짓인지 알면서도 친구와 어울려 반항적 행동을 펼친다.

 

착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착한 이야기라는 느낌이랄까. 특히 아네트 베닝과 줄리안 무어라는 대배우 두 명이 빚어내는 공기는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무게감과 흡인력을 느끼게 해 준다. 각자로도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대단한 배우 두 명이 레즈비언 부부로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파격적인데, 침대에서 서로를 애무하는 모습이라든가, 견해 차이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줄스와 폴의 관계로 인한 냉랭한 분위기의 연출 등 두 배우가 함께 하는 거의 모든 장면 장면이 실제 레즈비언 부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매혹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두 군데 있었다. 하나는 레이저가 닉에게 ‘왜 엄마들(!)은 레즈비언 포르노는 안 봐’라고 묻자 닉이 ‘레즈비언 아닌 여자가 레즈비언인 척 하는 거 싫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었다. 뭐랄까. 아들과 이런 식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닉의 간단한 대답에 동성애자 가족에 대한 자부심과 레즈비언이 단지 남성들의 성적 상상력을 충족시키는 기능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환멸의 감정이 잘 담겨 있다고 느꼈다. 또 하나의 장면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조니를 남겨두고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 특히 조니와 줄스가 포옹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그 때까지 줄스의 외도에 대해 가족들은 누구도 용서란 단어를 입에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니와 줄스의 포옹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 한켠을 안도의 감정으로 쓸어내리게 한다. 레이저의 말은 거기에 종지부를 찍는다. “엄마들. 이혼하지 말고 그냥 둘이 살어” 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인가.

 

※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폴도 이 가족 내의 존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리사 촐로덴코 감독은 폴을 용서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 단호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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