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 영화 <업>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디즈니와 픽사가 손잡아 만든 가슴 따뜻해지는 '컬러풀 & 원더풀 CG 애니메이션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색창연한 한자성어를 나는 왜 하필 떠올렸던가? . . 영화 초반부, <업>의 주인공인 칼과 러셀은 각자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상실한 채 살고 있다. 풍선장수로 살아온 칼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평생의 동반자 엘리를 먼저 떠나보내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말썽쟁이 탐험가 러셀은 탐험 뱃지와 노인 돕기 봉사 뱃지를 달아줄 아버지가 곁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둘의 첫 대면이 이루어지고, 풍선에 매단 칼의 어어쁜 집을 타고서 둘은 대자연 속으로 짜릿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둘은 점점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성장한다. 모험에서 돌아와 맞이하는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칼은 러셀에게 노인 돕기 봉사 뱃지를 달아주고, 러셀은 자식 없는 칼의 적적한 노년을 함께 하는 귀여운 손자가 되어 준다. 영화 초반부에 두 주인공이 인생의 다운(down)을 살았다면, 결말에 이르러 둘은 인생의 업(up)을 살아 간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때 인생은 언제나 업(up)이 된다. . . 이렇듯 영화 <업>은 상실로 아파하는 주인공들이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줌으로써 상대방의 인생을 업!시켜주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 역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훈훈한 결말 끝에 남는 한가지 걱정은 영화 속 세계의 시간이 계속해서 흐른다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칼이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날 것이고 러셀이 혼자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칼과 함께 하면서 함께 사는 따뜻한 인생을 배운 러셀은 칼이 엘리를 만났듯이 자신을 채워줄, 자신이 채워줄 그 누군가를 곧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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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2009, Up)
제작사 : Pixar Animation Studio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up200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