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크라이>는 해병대 출신의 주인공이 섬에 도착하면서 시작되는 동명의 인기 게임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한해 최악의 영화들을 임의적으로 선정하여 오스카 전날 부문별로 발표하는 별종 시상식)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로 손색이 없다. 이 영화를 만든 독일 출신의 감독 우베 볼은 전에도 게임을 원작으로 영화화를 시도한 바 있고,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그가 앞으로 다시는 영화를 못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일부 극렬 반대세력의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끌어낸(?), 화제의 인물이다. 말썽이 된 그의 이전 작품들을 보지 못하였으나 <파 크라이>가 거기서 아주 멀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소재는 게임에서 가져왔지만 소재가 된 그 게임이 모델로 삼은 내러티브는 다시 영화일 것이므로 <파 크라이>는 <코만도>와 <람보> 시절의 영웅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 두 영화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건 전적으로 진부하다는 뜻이다. 음흉한 국가, 전 특수부대 출신의 건장한 히어로, 야생에서의 전투 등은 너무 오래됐다. 아니, 창의적 방식에 따라 흥미는 다시 유발될 터이지만 <파 크라이>는 영화의 완성 이외에 어떤 창의성에도 욕심을 낸 흔적이 없다.

실은 우베 볼의 영화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권투 글러브를 끼는 걸 감수해야 한다. 감독이기 이전에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던 그는 언젠가 자기의 영화를 가장 혹독하게 비판한 평론가 5인을 선정하여 링으로 불렀고(그 이상한 평론가들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결투 신청에 모두 응했으며) 모두 때려눕혔다. 우베 볼이 링으로 부른다 해도 올라갈 생각이 없다. 분명한 건 블록버스터 시즌의 엔터테인먼트로 이 영화를 소개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