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한국 샤먼의 예술적 성취... ★★★☆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 호주 출신으로 세계적 연주가가 된 그는 우연히 누군가 건네 준 한 장의 CD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게 된다. 바로 한국인 김석출의 연주가 담긴 CD. 사이먼 바커는 마치 운명처럼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지난 7년 동안 한국을 무려 17번이나 방문했지만, 김석출 선생의 거처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번번이 허탕을 친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국악인 김동원 씨가 김석출 선생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같이 길을 떠나지만, ‘마스터 킴’을 만나는 건 생각만큼 쉬운 길은 아니었다. 사이먼 바커와 김동원은 김석출 선생의 면담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한국 전통음악의 장인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연주 때문에 사이먼 바커를 만나게 됐다가 사이먼으로부터 한국의 유명 예술인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를 들은 엠마 프란츠는 사이먼의 여정이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카메라를 들고 그 여정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 다큐멘터리에는 정확한 목표가 정해져 있다. 그건 바로 사이먼 바커가 무형문화제 82호인 김석출 선생을 만나는 것. 만약 예상치 못하게 사이먼 바커가 쉽게 김석출 선생과의 면담에 성공했다면 이 다큐멘터리는 제작되지 못했거나 또는 완전히 엉뚱한 방향의 결과물로 세상에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먼과 김동원이 만난 명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겼을까. 오랫동안 폭포와 싸우며 소리를 키운 소리꾼, 혼이 담긴 장단을 선보이는 장구 연주자와 북 연주자. 이들 장인들은 사이먼에게 기술적 차원의 얘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존중, 사물과의 호흡 등 주로 정신적인 차원의 이야기들을 주로 들려준다. 영화는 명인과의 만남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이를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깨우친 사이먼의 내레이션과 연주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조금씩 성장해가는 또는 한국 전통음악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사이먼을 조명한다.
종교와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게의 위대한 고전 예술들이 신을 찬양하기 위해 탄생하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교회에서 사찰에서 모스크에서, 그 어디에서건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을 향한 자신들의 마음을 음악에 실어 하늘로 올려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음악만큼 간절하게 자신이 품고 있는 종교적 신심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매개체가 있던가. 사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부끄러웠던 건 무형문화제로 지정될 정도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김석출 선생과 연락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거의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인정했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위대함을 인정해 놓고도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한국 샤먼의 예술적 성취, 그게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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