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남자와 4차원 소녀의 동거담이 아니다. 일면 비슷한 재미는 있으나, 사실상 <우리집에 왜 왔니>는 ‘미친년’이라 불린 한 여자의 비극적 삶과 그녀를 통해 삶의 기운을 찾는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시체가 된 수강의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시작한다. 그녀는 누구인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병희도 그녀 못지않은 사연을 지닌 남자이지만, 여기서 그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 만난 한 남자 때문에 룸살롱, 안마시술소 등을 거쳐 전과3범에 이르게 된 수강의 기구한 사연을 들어주는 것만이 병희의 역할이다.
남자 때문에 ‘아작난’ 인생을 산다는 점에서 수강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와 동병상련의 처지다. 두 여자는 인생사뿐만 아니라 의상과 소품, 죽음의 분위기 그리고 집에 들어올 때면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까지 닮았다. 물론 감독의 말처럼 두 영화는 “태생이 다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지칠 줄 모르는 삶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면, <우리집에 왜 왔니>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서로를 향한 위로를 그리는 영화다. 하지만 실패작의 인생을 사는 여성캐릭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마츠코 같은’ 여성을 그리려 했다는 혐의는 짙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병희와 수강의 기묘한 동거는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다. 박희순의 느릿한 말투와 멍한 표정은 강혜정의 대책없는 캐릭터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극중에서 수강이 피와 때로 얼룩진 옷을 벗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나름 감정적인 울림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모두 털어놓은 뒤, 연대에서 연정으로 나아가는 예정된 수순을 밟으면서 힘이 빠진다. <우리집에 왜 왔니>의 영화적인 힘은 수강의 숨겨진 사연 속에만 있을 뿐인 것이다. 의외의 과격함이 눈길을 끌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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