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잔인함으로 뒤덮은 부족함 실종
yghong15 2010-11-09 오전 8:06:45 940   [0]
잔인함으로 뒤덮은 부실함.. ★★

<실종>은 감춰 놓은 패가 없다. 그러니깐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긴 하지만 두뇌게임이라든가 스포일러 같은 거하곤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연쇄살인범인 판곤(문성근)의 정체를 감추지도 않고, 판곤의 집의 위치라든가 현정(추자현) 현아(전세홍) 자매가 숨겨져 있는 창고의 위치도 상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납치 과정과 현아에게 가해지는 각종 고문도 세밀히 재현한다. 시간도 건너뜀이나 플레시백 없이 정상적인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시놉시스도 간단하다. 판곤은 닭백숙을 먹기 위해 들른 현아를 납치해 온갖 성폭행과 고문 끝에 죽이고, 실종된 동생의 흔적을 찾아 온 현정도 납치해 끔찍한 죽음의 게임을 벌인다.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어부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종>은 일단 너무 잔인하다. 잔인한 면으로만 보자면 일종의 고문 영화로 여겨질 정도다. 칼과 도끼로 머리를 찍어 죽이고, 살아 있는 사람의 생니를 뽑으며, 사람을 분쇄기에 갈아 죽여 닭 모이로 사용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이런 잔인함 외에 볼만한 게 있다거나 별다르게 평가할 만한 무엇인가를 찾기 힘들다. 워낙 출중한 배우인 문성근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는 걸 예외로 한다면 말이다.

우선 <실종>의 등장인물들은 전반적으로 너무 전형적이다. 현아, 영화감독, 동네 사람들, 개장수, 경찰, 그리고 사건 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다방레지까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캐릭터 상의 묘사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전형적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도 대화 같지 않고 미리 예정된 말을 그냥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다방레지는 이 영화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배역이다. 얼마나 열심히 커피 배달을 다니는지 다방레지의 눈에 모든 상황이 다 체크가 된다. 이 도시에 다른 다방레지는 없다. 다방레지는 우연히(!) 길에서 현아를 보고, 찾으러 온 언니 현정과 우연히(!) 길에서 만나 그 얘기를 해 준다. 우연히(!) 현정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파출소에 차 배달을 갔다가 경찰들의 말을 우연히(!) 듣고는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전해준다. 너무 중요한 역할을 연이어 하는 걸 보고 난 혹시 이 다방레지가 마지막에 현정을 구해내는 건 아닌가 했을 정도다.

그리고 현정이 판곤을 왜 의심하게 됐는지도 아리송하다. 동생을 찾으러 다니는 현정에게 다방레지는 동생을 개장수 집 근처에서 봤다며, 그 개장수는 이상한 놈, 나쁜 놈이라고 욕을 해댄다. 당연히 개장수가 의심이 가는 상황으로 만들어 놓고는 현정은 파출소에서 판곤이 의심스럽다며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한다. 대체 왜???? 혹시 내가 영화를 보다가 잠깐 졸거나 해서 놓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실종>을 보면서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면 이건 분명 연출과 편집의 문제다. 물론 잔인한 장면으로 인한 긴장감은 빼고 말이다. 대표적으로 침대 위에 꽁꽁 사지가 묶인 현정이 줄을 푸는 장면은 아무런 설명 없이 결과로만 주어진다.(어떻게 풀었을까???) 이 장면을 좀 더 다듬었다면 충분히 긴장감을 높일 수 있었음에도 허투루 낭비해 버린다. 즉, 긴장감을 높일 좋은 장면들은 놓쳐 버리고선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여기저기 잔인한 장면을 심어 놓았다. 당연히 아주 징그럽고 잔인한 장면이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움츠러들거나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런 식으로(!) 얻어지는 긴장감이라면 이건 스릴러가 아니라 고문 영화라고 칭해야 마땅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문성근의 연기를 보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엔딩 장면(이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어부 연쇄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을 포함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 어민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면에서(친족 살해, 아내 실종, 개 사육, 범죄에 사용된 차량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몰고 가 버리는 등의) 강호순이 연상된다. 강호순 사건이 터지기 전에 영화를 완성했다고 하니 김성홍 감독의 뛰어난 예지력은 칭송해야 마땅할 것 같다.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9211 [브레이브하트] Freedom을 외치게 하는 영화 toughguy76 10.11.09 1390 0
89210 [가타카] 추천하고 싶은 영화 toughguy76 10.11.09 888 0
89209 [옥토버 스..] 꿈있는자의 삶의 의미 toughguy76 10.11.09 1193 0
89208 [일급살인] 감옥에 대한 실화.. toughguy76 10.11.09 590 0
89207 [써로게이트] 의미심장했던 영화 toughguy76 10.11.09 818 0
89206 [굿 윌 헌팅]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 toughguy76 10.11.09 1112 0
89205 [스타트렉:..] 우주세계로이끄는 상상영화 toughguy76 10.11.09 1075 0
89204 [지.아이...] 기대안하고봤는데 재밌게 본 영화 toughguy76 10.11.09 1026 0
89203 [전우치] 유치하면서 재밌는..영화 toughguy76 10.11.09 1282 0
89202 [구르믈 버..] 황정민연기가 뛰어났다.. toughguy76 10.11.09 1271 0
89201 [악마를 보..] 진정한 악마는 누구인가? jinwouk 10.11.09 1292 0
89200 [쌍화점] 두남자의 사랑, 질투.. bzg1004 10.11.09 1159 0
89199 [해리 포터..] 긴장감은 좀 떨어지지만 역시 해리포터~ bzg1004 10.11.09 3925 0
89198 [하비의 마..] 잔잔한 로맨스 jinwouk 10.11.09 545 0
89197 [오펀 : ..] 긴장을 감출수 없었던 스릴러 bzg1004 10.11.09 834 0
89196 [내 사랑 ..] 약간 억지느낌이 났던 영화.. bzg1004 10.11.09 1044 0
89195 [굿모닝 프..] 언젠가는 영화같은 청와대를 기약하며.. bzg1004 10.11.09 1026 0
89194 [청담보살] 진정한 천생연분?? 운명?? bzg1004 10.11.09 922 0
89193 [백야행 :..] 고수의 매력을 물씬 풍겼던 영화 bzg1004 10.11.09 1085 0
89192 [셔터 아일..] 반전의반전,머리쓰게 하는 영화 bzg1004 10.11.09 499 0
89191 [의형제] 재밌긴 했지만 좀 아쉬웠던 영화 bzg1004 10.11.09 1189 0
89190 [페르시아의..] 할리우드의 화려한 영상 bzg1004 10.11.09 994 0
89189 [엘레지] 노년에 찾아온 사랑의 열병 yghong15 10.11.09 571 0
89188 [13일의 ..] 13일의 금요일 yghong15 10.11.09 661 0
89187 [더 레슬러] 레슬러 yghong15 10.11.09 807 0
89186 [슬럼독 밀..] 놀라움과 기쁨을 찾을수 있는 영화 yghong15 10.11.09 1269 0
89185 [드래곤볼 ..] 드래곤볼 yghong15 10.11.09 751 0
89184 [카오스] 카오스 yghong15 10.11.09 942 0
89183 [기프트] 기프트 yghong15 10.11.09 504 0
89182 [도쿄 소나타] 도쿄 소나타 yghong15 10.11.09 461 0
현재 [실종] 잔인함으로 뒤덮은 부족함 yghong15 10.11.09 940 0
89180 [푸시] 생존을 위한 대결 yghong15 10.11.09 857 0

이전으로이전으로196 | 197 | 198 | 199 | 200 | 201 | 202 | 203 | 204 | 205 | 206 | 207 | 208 | 209 | 21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