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의 포스터에는 제이슨 스타뎀이 전면에 등장한다. 하지만 사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라이언 필립이 연기한 신참형사 데커다. 영화는 은행강도 사건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 신참형사와 고참형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을 담아냈다. <리쎌 웨폰>이나 <트레이닝 데이>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카오스>에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경찰영화로 보이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은행강도가 은행을 점거하고도 돈을 훔쳐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돈을 훔쳐갔다는 불가사의한 범죄, 그리고 경찰의 명예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나름의 투쟁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과 그것이 효과적으로 적용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다.
무엇보다 <카오스>가 전형적인 스타일을 거부한 흔적은 이야기의 구성에서 나타난다. “오늘은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는 극중 데커의 대사처럼 <카오스>의 이야기는 24시간 동안 펼쳐진다. 은행강도 사건으로 시작해 용의자들이 검거되거나 살해당하고 경찰 내부에 적이 있음이 밝혀지는가 하면, 수사를 함께하던 경찰이 사망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사소한 사건이 무한정 확장된다는 카오스 이론을 영화적 구성에 대입하려는 시도다.
카오스 이론은 극중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 중요한 단서로 부각되지만, <카오스>는 거창한 이론을 거론했을 뿐 이를 솜씨있게 조합하지는 못했다. 수시로 드러나는 <카오스>의 사건들은 그저 곳곳에서 터질 뿐이다. 새로운 비밀이 밝혀진다고 보기에는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다. 연속적인 사건들을 통해 나름 반전의 반전을 유도하지만, 지루하게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대부분의 범죄영화들이 취해온 가장 전형적인 전략이 아닌가. <카오스>는 무리한 시도 때문에 오히려 평범한 범죄영화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이 영화가 무려 4년 전에 제작됐다는 점은 놀랍다. 무적의 용사 제이슨 스타뎀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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