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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조각들 여름의 조각들
yghong15 2010-11-10 오후 7:19:03 528   [0]

<여름의 조각들>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답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풍경화처럼, <여름의 조각들>은 조용한 시골 마을의 빛과 소리와 색채를 그대로 필름 안에 끌고 들어온다. 도식적인 비교일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파리 시내 풍경들은 삭막하고 어둡고 축축하다. 무엇보다 최고의 아름다움은 시골집 실내를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이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혼자 남은 늙은 어머니가 불도 켜지 않은 채 황혼녘 석양에 묻혀 앉아 있는 순간의 어슴푸레한 청회색빛 혹은 아주 옛날부터 어머니와 함께 이 집을 지켜온 할머니 가정부 엘로이즈가 혼자 집을 찾아와 기웃거리며 온갖 가구와 수집품들이 빠져나간 공간을 들여다볼 때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의 맑은 강도는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며, 주인공들이 느끼는 멜랑콜리의 정조를 환기시킨다.

처음 오르세 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세계 유명한 감독들에게 미술관에 관한 옴니버스영화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재정상 문제로 결국 포기했다. 이때 의뢰받은 감독 중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애초에 떠올렸던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장편 프로젝트로 바꿨고, 오르세 미술관 역시 이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이 실생활에서,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경험에서,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추상적인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예술이 박물관에 묻히게 되면 어떤 본질적인 부분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할머니 가정부가 고집스럽게 꽃을 꺾어 담아놓던 유리 꽃병이 나중에 미술관으로 옮겨져 ‘고가의 전시물’ 취급을 받을 때, 정말로 꽃병의 아름다움에선 어느 정도 생동감이 줄어든다. 코로의 풍경화를 오며가며 쳐다볼 수 있는 복도 한구석에 걸어두고, 조셉 호프만의 수납장 안에 장난감 비행기를 담아두고, 어린 시절 뛰어다니다가 드가의 조각상을 깨뜨려먹기도 하고, 루이 마조렐의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전화를 받고, 그렇게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예술품은 인간과 동등해진다.

허우샤오시엔의 <빨간풍선>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영감받아 가능한 한 작고 가볍고 경쾌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조그만 이야기 속에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한 아사야스의 열정은 충분히 보답받았다. 예술과 삶에 대한 아름다운 자기 반영적 성찰이 가볍고 투명한 터치의 수채화와 똑 닮았다.

글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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