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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 다우트
yghong15 2010-11-10 오후 7:26:17 863   [0]
다른 말 필요 없다. <다우트>는 주요 배역을 맡아 출연한 네 명의 배우가 모두 이번 2009년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메릴 스트립, 남우조연상 후보에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여우조연상 후보에 에이미 애덤스와 바이올라 데이비스. 즉, <다우트>는 다른 걸 제쳐두고 상영 시간 내내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결코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특히 단 두 장면에만 출연한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는 진정으로 짜릿하다.

때는 1964년, 미국 역사상 첫 카톨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가 암살된 지 일 년이 지난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 자료를 보면 당시 카톨릭은 거대한 역사의 풍랑에 휩싸여 있던 시기라고 한다. 전통을 고수하려는 움직임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의 충돌.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다우트>는 현대 카톨릭 역사에서 가장 갈등이 심했던 당시의 얘기일지도 모른지만, 그러나 영화는 카톨릭의 경계를 넘어 인간 본성의 심연을 건드린다.

교회의 변화 가능성을 거부하며 전통을 고수하는 알로이시스 교장 수녀(메릴 스트립)는 제임스 수녀(에이미 애덤스)로부터 플린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가 유일한 흑인 학생인 도널드(조셉 포스터)에게 너무 과도한 호의를 베푼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순간,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가 죄를 지었다는 확신을 하게 되고 플린 신부를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물론 확실한 물증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심증이 있다.

최근 MBC TV에서 소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 다큐의 중심 소재는 얼마 전 한 할아버지와의 다툼 시비 끝에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혼자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 배우 최민수였다. 최민수와 관련한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무혐의 판정을 받았음을 알린 다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소문이 얼마나 급속도로 확산되고 현실로 받아들여지는지 그 폐해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최민수가 실제 그런 일을 했다고 믿었을까? 그건 ‘최민수라면 충분히 폭력 시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확신’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로이시스 수녀는 왜 플린 신부가 사실을 부정하고 아무런 물증이 없는데도 플린신부에게 죄가 있다고 확신한 것일까? 제임스 수녀는 플린 신부의 해명을 듣고 의문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알로이시스 수녀의 의심은 변하지 않는다. 당황한 제임스 신부는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항변한다. “손톱이 좀 길다고, 볼펜을 쓴다고, 단 커피를 마신다고, 그런 의심을 하시는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만약 우리 주위의 어떤 여성이 양다리를 걸쳤다는 확인 불가능한 소문을 듣는다면 무관심한 사람을 제외하곤 반응이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또는 “그럼 그렇지. 그 여자는 그럴만해” 과연 그렇게 생각할만한 원인이 있을까? ‘평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서’ ‘평소 화장을 진하게 해서’ - 원인(?)과 결과는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을 갖지 못함에도 우리는 그저 그렇다고(!) 믿는다. 이렇듯 알로이시스 수녀가 가지게 된 플린 신부에 대한 확신은 플린 신부에 대한 의심과 회의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확신과 의심, 회의는 동전의 양면이며, 논쟁은 이성적이고 논리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은 감정의 대립에 불과한 것이다.

<다우트>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결국 신부가 도널드에게 음탕한 짓을 했는지, 아니면 수녀의 의심이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신부에게 죄가 있다는 의심이 갈만한 정황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으며, ‘인간적인 죄는 고해성사’로 해결할 수 있도록 덮어달라는 신부의 태도도 원칙적으론 옳지만, 왠지 미심쩍다. 그렇다고 물증도 없이 의심으로만 사람을 재단하려 드는 수녀를 지지할 수도 없다. 영화는 거대한 두 기류의 충돌을 보여준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던 알로이시스 수녀가 모든 걸 쏟아내듯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저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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