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스콧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
사실 <언스토퍼블>은 딱히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정비사의 실수로 기관사 없이 철로는 내달리 게 된 777열차.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 이 열차는 한 마디로 거대한 미사일과 같은 존재다. 회사 측은 열차를 세우기 위해 탈선 등의 시도를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반대편 선로를 운행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랭크 반즈(덴젤 워싱턴)와 신참 기관사 윌 콜슨(크리스 파인)은 777열차를 추격해 세우려는 시도를 한다.
이런 식의 재난 영화들이 대게 단순한 내러티브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재난을 극복하는 인물들의 개인사를 감동적으로 개입시키고는 한다. <언스토퍼블>도 마찬가지다. 프랭크는 해고 통지를 받아 놓은 상태며, 노장 기관사들은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 낙하산으로 기관사가 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윌 콜슨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윌 콜슨은 아내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별거 중이며, 접근 금지 명령의 해제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사생활이라든지 주변 얘기들이 극의 초반에 도입부로 활용되며, 뻔한 경로이긴 하지만 폭주 열차를 세우기 위해 추격하는 프랭크와 윌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활용된다.
그런데 조금 의외였던 건,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사생활에 관한 묘사는 지극히 제한된 가운데 꼭 필요한 순간에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98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대부분은 그저 열차가 달리고 이를 세우기 위한 노력에 집중적으로 할애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열차를 세우자마자 영화는 끝난다. 너무 단순하지 않냐고? 맞다. 너무 단순하다. 열차는 달리고 이를 세우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모색되는데 일반인들은 생각하지 못할 전문가들만 알고 있는 대단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경찰이나 소방관 등도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거대한 열차에 맞서 딱히 할 일도 없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이토록 단순한 구도로 영화가 진행됨에도 느슨하다거나 지루해지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여기엔 그 동안 여러 영화에서 보여줬던 토니 스콧 감독의 장점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보이다. 인상적이고 감각적인 화면과 짧게 끊어서 연결되는 장면 전환, 거대한 열차를 담아내는 화려한 카메라의 움직임, 거기에 긴장감 넘치는 음악의 사용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유지시켜 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대단한 교훈이나 의미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언스토퍼블>의 최고 장점은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딱히 머리와 가슴에 남는 것은 없어도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별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의문이 생기는 게 있다. 진정 열차를 탈선시키고자 했다면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자신할 수 없는 휴대용 탈선도구보다는 아예 선로의 일부를 제거하는 게 확실한 방법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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