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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의 극단을 보다... 스카이 크롤러
ldk209 2010-12-20 오후 3:19:37 534   [0]
인간 탐욕의 극단을 보다... ★★★★

 

나에게 오시이 마모루는 <공각기동대>의 감독보다는 <인랑>의 원작자이자 기획자로 더 각인되어 있다. 그만큼 <인랑>이 주는 이미지와 메시지는 너무도 강렬했다. <인랑>이 폐전 후 혼란에 빠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오시이 마모루가 2008년에 제작한 <스카이 크롤러>는 근 미래의 실제 전쟁(!)이 사라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몇 차례의 큰 전쟁을 치룬 인류는 어렵게 찾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지속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건 실제 전쟁이 아니라 쇼다.(The Show Must Go On) 쇼를 벌이는 두 회사는 록스톡과 라우테른. 두 회사는 키르도레라 불리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아이들을 동원해 전쟁을 치르고, 인간 어른인 티처는 전황이 일방에 유리하게 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저울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 키르도레의 삶은 매일이 반복이고, 전쟁이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뷰에 시달린다. 이들이 죽는 유일한 길은 전사 외에는 없다.

 

<인랑>에서도 그랬지만 <스카이 크롤러> 역시 마찬가지로 메타포의 향연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명확하지 않는 모호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근 미래의 전쟁이 사라진 세계 자체부터가 모호하다. 전쟁이 사라진 세계라고 할 때 떠오르는 건 John Lennon의 <Imagine>이다. 물론 John Lennon의 <Imagine>에 전쟁이 없는 사회라는 표현이 직접 들어있지는 않지만, 그는 국가도 없고, 종교도 없는 세계를 서로를 죽이거나 죽는 일이 없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계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즉, 국가나 종교가 없으면 전쟁도 사라질 것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스카이 크롤러>의 세계는 분명 전쟁이 없어졌는데도 전쟁은 여전히 벌어지고, 국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평화에 대한 가치를 위해 전쟁을 지속해 나간다? 그렇다면 그 세계는 평화로운 세계일까? 여전히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일까? 평화를 위해 전쟁이 여전히 필요하다면 인류는 언제쯤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인류는 평화를 누릴 수 없음을,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시이 마모루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영화를 제작했느냐에 상관없이 내가 <스카이 크롤러>에서 본 건 인간 아니 자본가의 거대한 탐욕의 극단이다.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두 회사는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전쟁도 사실은 거대 군수산업의 이익을 위한 대리전일지 모른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보인다. 또는 키르도레라는 존재가 인간의 피조물이라는 점에서 <스카이 크롤러>는 신의 오만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창조주인 신은 자신의 피조물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을 막으려는 의사도 의도도 없어 보인다. 그저 신은(신을 대리한 인간은) 인간의 목숨과 평화가 소중함을 전쟁을 통해 깨달았으면 한다면 어처구니없는 명분만 내세울 뿐이다.

 

인간의 평화를 위해 인간의 대체자들이 대신 죽어야 하는 전쟁은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하여도 정의하고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최근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국 태생의 다국적 기업에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벌였다. 이 기사를 접하며 우선 놀란 건,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이 (그나마 올라서) 우리 돈으로 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 놀란 건 이들의 파업에 대한 회사 관계자들의 반응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여기까지 이러면, 공장을 아프리카로 옮겨야 하나’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며 <스카이 크롤러>를 떠올렸다. 당연하게도 인간복제로 태어났든 아니면 시험관에서 태어났든 키르도레들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다. 그러나 영화 속 인간들에게 키르도레는 인간의 평화를 위해 대신 죽어주는 존재에 불과하며, 현실의 자본가들에게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의 싼 노동력은 그저 자신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다 주는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키르도레에 불과하다.

 

※ 메시지가 아니라도 충분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이 영화가 주는 공중전의 시각적 자극은 현란하면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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