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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세계관을 담은 기타노 다케시 아웃레이지
novio21 2010-12-23 오전 1:38:23 775   [0]

  폭력은 여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들이 파멸되는 것 역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에 어딘지 변화가 있어 보였다. 캐릭터의 변화들이 눈에 뜨였다. 죽음 앞에서도 배신이란 단어는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 현실적인, 아니 불신으로 넘치는 것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세상, 그런 것들이 보였다.
  영화는 잔혹했다. 피가 난무해서 잔혹한 것이 아니다. 야쿠자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의형제를 맺었다는 친구가 서로를 배신하면서 상대의 것을 뺏는 장면이나, 자신을 따르는 부하를 내치는 장면에서 불신의 늪이 서로간의 강한 유대감으로 묶였다는 야쿠자 세계에서 범람하고 있었다. 여기에 간계라고 할 수 있는 치졸한 수싸움 역시 존재했다. 이쪽과 저쪽이 대립하고, 치고 박고 해야 이익이 될 것이란 사실을 읊조리고 있는 야쿠자 오야붕의 이야기는 삼류깡패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그렇게 변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에서 낭만이 사라졌다. 그가 폭력이 넘치는 야쿠자 세계를 그리면서도 인간적 매력이 넘쳤고, 최후까지도 멋있어 보인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선 그런 인물들보단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너무 하찮게 버리는 인물들로 가득 찼다. 오해를 밥 먹듯 하고, 그런 긴장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 그리고 정보부족에 시달리면서 상대의 진의파악에 몰두하는 가엾은 인간들이 보인 것이다. 즉 현실세계 속에서 낭만을 꿈꿨던 그가 현실 속에서 현실만을 담은 것이다.
  희망이 사라졌다. 미래를 위해, 그리고 많은 동료들의 희생 속에서도 작은 희망이 있었지만 영화에선 희망이 없어졌다. 신현실주의와 경제위기로 인해 더 이상의 파멸이 볼 수 없을 만큼 내몰린 현대인들의 실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누굴 믿을 수 없다면 배신이 가장 합리적인 행동양식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바로 언제 해고될지 몰라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현실을 본다. 이것은 결국 자학이란 결과만을 연출하게 된다. 믿을 수 없기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중을 염두에 둬야 할 만큼 편집증적인 상태로 내몰리고 말며, 결국 몸담은 조직 속에서도 개인만 남는다는 처절한 철학이 영화 곳곳에 보였다.
  남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로망의 장소인 야쿠자 세계 역시 세상을 비켜나갈 수 없나 보다. 거칠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를 낭만의 그곳을 만들어주었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마술은 점점 힘을 잃고 있나 보다. 영화는 같은 위치에 또 다른 인물로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분위기와 관계를 보여준다. 즉 기계의 나사와도 같이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들이 태반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영화, 그래서 Modern하다. 도시 한복판에서 상영되고 있는 이 영화를 보고 나올 때의 허무함은 과거완 같은 것도 같았지만 좀 다른 것도 같다. 하지만 언제가 그가 보여줬던 정적인 허무함이 느껴졌다. 어쩐지 다시 다케시 감독의 분위기에 젖은 것 같다. 밤거리에서 고독하게 달리고 있는 밤의 자동차와 함께 걷고 있노라면 말이다. 영화, 참 사람을 고독하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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