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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도 감정은 살아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izell 2011-02-12 오후 3:05:13 1697   [0]

 '강풀 원작'
영화 수식어에 이 한마디만 들어가도 강풀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제대로 호응했던 강풀원작의 영화는 없었다. 그래서인가보다. 어느 순간부터 강풀원작의 영화라고만 하면 기대감보단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만화가 강풀만화가의 만화에서 얻었던 감동을 다시 이끌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말이다.

 

 이번 영화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두 노인커플간의 사랑이야기를 영화 나름대로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원작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커플들간의 이야기가 따로 놀지 않고 영화안에서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원작에 너무 충실하려고 한 나머지 상영시간의 제한으로 인해 마무리가 좀 엉성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엉성한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지만 상영시간 내내 웃고 울 수 있었다는 건 이 영화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음을 보여준다.

 

 첫 시사회 전 이 영화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을 당시 인터넷을 통해 김수미씨는 미스캐스팅 아니냐는 글을 보았다. 약간은 요란(?)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달리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의 사랑은 잔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김수미씨의 이미지는 목소리가 앙칼지고 잔잔한 느낌을 주는 역할은 안어울린다고 생각을 했던 듯 하다. 처음엔 그 생각에 반대할 수 없었다.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그 선입견을 깨기란 쉽지 않을터인데 그건 김수미씨가 그 역할에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에 달려있었다. 영화가 상영시작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걱정은 전혀 쓸데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수미씨의 첫 등장은 얼굴에 크레파스를 묻힌 채 크레파스를 가지고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첫 표정에서 평소의 김수미씨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첫 표정이 사람들의 선입견을 녹이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 이후 김수미씨 하나 하나의 행동과 말투에서 그 선입견은 완전히 녹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수미씨의 연기경력 40년(1971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고 계산)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창피한 이야기일까? 이 영화를 통해 윤소정이란 배우를 처음 알았다. 주관적인 생각에선 다른 원로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부족했기에 이순재씨의 상대역으로 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말과 몸짓 하나 하나 너무 자연스러웠다. 가장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웠으며 웃겼던 장면은 송지효(김연아 역)가 윤소정(송이뿐 역)의 집에 주민등록증을 주러 갔을 때였다. 송이뿐이 윤소정의 이름을 물어봤을 때 김연아가 자신은 이름만 얼음 타는 김연아랑 같은 게 아니라 생긴것도 김연아를 닮았다고 말을 했다. 그 때 평온해 보이던 송이뿐할머니의 얼굴에서 갑자기 김연아를 째려보는 모습이란.

 

 송재호씨의 연기력이야 원래 잘 알고 있었으니 말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만 장군봉할아버지의 역할은 자식을 위해 없는 재산을 아낌 없이 내어주고 생색 내지 않는 표정 그리고 아픈 아내를 위해 자신의 모든 사랑을 쏟아붓는 모습은 눈물을 지어내기에 충분했다. 이순재씨는 김만석할아버지의 역할을 정말 잘 해주었고 영화 중간쯤에는 하이킥에서 나왔던 '야동순재'의 별명을 다시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 외에 출연한 명품조연들 송지효씨 이문식씨 오달수씨가 있었다. 송지효씨는 김만석할아버지의 손녀 김연아로 자신의 할아버지와 송이뿐할머니의 중간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보여주었고 이문식씨와 오달수씨는 그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눈물을 많이 쏟게 하는 영화속에서 즐거운 웃음을 던져주었다.

 

 만화 후기를 보면 원래 만화가 강풀씨가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만화를 선보였던 이유가 나온다. 자신이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분들은 기력도 없고 감정도 희미해진 분들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자신의 실수였다는 것을 알았기에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이 영화는 많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글이 필요없는 영화이니만큼 공감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급작스런 마무리로 마지막에 ET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은 공감을 얻긴 힘들었다. 그래도 상영시간 내내 웃을 수 있었고 울 수 있었다. 또 생각할 꺼리도 던져 주었다. "'노인분들이 잘 웃지 못하는 것은 감정이 희미해져서 웃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느끼는 웃음의 포인트와 그들의 웃음의 포인트가 서로 다르기 때문은 아닌가 ?'라는 생각꺼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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