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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혈투였다 혈투
novio21 2011-02-24 오후 12:20:26 819   [0]

  이미 노리개로 전락한 인간군상이 소통부족으로 인해 서로 협력했던 인간관계가 어느 순간 서로의 불신 속에 내몰리는 것을 보면서, 영화의 모습은 현대인의 실상을 보는 것만 같았다. 불신 속에 허우적거리면서 칼질을 하는 모습은 감독의 의도처럼 몸부림을 뿐이었다. 엉망으로 살게 된 인간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과거의 모습들은 시대적 배경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 대단하지 않았다.
  제목을 보고 많은 이들이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겠지만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을 영화에서 그렇게 만끽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무거운 심리 영화를 고려하면, 외관상의 폭력보다 더 무서운 공포를 느낄 것이다. 같은 동료끼리 서로 죽여야 하는 기막힌 운명 앞에 인간이 어떤 생각으로 행동하는지를 이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정말 혈투다.
  비운의 조선의 왕인 광해군 때의 역사적 사례를 갖고 만든 이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은 파멸로 가게 된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주연이 아닌 이들도 역사적으로 파멸하게 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다. 인조반정 후 북인은 소북이든 대북이든 모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들이다. 심지어 광해군 역시 종이나 조를 붙이지 못한 왕으로 남겨진 것을 보면 이 영화는 비극적 인물들로만 구성된 매우 무서운 공포물이다.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영화.
  소통부족이 영화 속에서 가득했다. 불신이 가득했지만 어쨌든 ‘헌명(박희순)’과 ‘도영(진구)’는 친구였다. 이미 개죽음이 될 운명 속에서도 서로 힘을 합쳐 오랑캐군을 상대로 싸웠고, 조선군의 궤멸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헌명은 부축 속에서 객잔으로까지 간 그들은 그때까지 친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름다울 것만 같던 과거의 원인들이 그들을 갈라놓고 만다.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도화선이 되어 그들의 관계는 엉망진창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서로 칼부림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친구였기에 가능할 수도 있었던 소통기회가 전혀 일어나지 못했단 점이다. 과거의 친한 관계라는 허명 뒤에 담긴 당쟁의 편가르기와, 사랑과 시기라는 인간의 본성 앞에, 가식적으로 쌓인 누더기 같은 친구관계였는지 모른다. 단지 어렵게 사는 자신을 키워준 감사함이 친구라는 가식적인 관계를 그나마 지탱해주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의미를 통해 덮어버리며 만든 친구관계는 진흙 위에 쌓은 공든 탑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 좋은 관계 뒤에 숨죽여 있던, 과거에 쌓였던 시기와 질투, 그리고 묘한 불운들이 겹쳐지면서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관계로까지 악화되고 말았다. 마치 지금의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소통부족에 의한 파멸처럼 말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조선이란 과거를 빌린 현대극으로 발전한다.
  이런 양반들의 인간적인 반목 속에서 영화는 시대적 문제제기를 더한다. 전장에서 도망친 조선군 ‘두수(고창석)’의 사연은 민초들의 비극을 대변한다. 마치 오늘의 서민으로 투영되면서 그가 겪었던 억울한 이유는 영화를 단순한 소통부족이 아닌 서민의 우울한 자화상을 또한 겸하게 된다. 객잔이란 단순한 공간 속에 벌어지는 사건과 사연은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구성과 각본 속에서 말이다.
  영화는 전쟁터란 현실 속에서 과거를 투영하는 역순행적 구조를 갖고 있다. 차디찬 백설의 배경 이 잿빛의 세상으로 비춰지면서 그 속에서의 인간들의 모습은 처량하고 냉랭했다. 객관적 시각을 위해 어두운 듯한 앵글 속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인간적 불신이 보였다. 그와 대비되는 과거의 장면은 한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과거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듯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를 입증시키는 과거의 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에서도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 보이기 시작했고 출세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보였으며, 친구라고 하기엔 상처투성이의 말투와 경험이 있었다. 아름다운 과거 역시 전쟁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든 이때든 인간관계는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매우 인상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각본은 물론 찍어낸 영상들은 냉정한 관조를 이끌어내듯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영화 ‘The Road’에서 허무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했던 영상이 이 영화에서도 적절히 사용된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하는 감독의 의도를 독백을 듣듯 이끌어내고 있다. 아니면 세상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소통을 위한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주요 연기자 세 명이 보여주는 시너지효과 역시 이 영화의 백미일 것이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고창석과 박휘순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진구의 거듭된 성장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의 미래가 기대될 정도다. 영화 ‘마더’에서의 특유의 냉소적인 연기가 이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한 것 같다. 이런 연기자와 함께 감독 박훈정의 존재는 ‘황해’의 나홍진 감독처럼 매우 부각되는 존재다. 나 감독과 마찬가지로 박 감독이 잿빛으로 장식된 비극적인 세상을 비슷하게 담아낸 수작들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에서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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