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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 굿바이, 평양
ldk209 2011-03-11 오후 2:35:21 448   [0]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 ★★★☆

 

<디어 평양>이 개봉된 지 벌써 4년. 지금은 사라진 일본 영화 전문 극장을 표방했던 명동 CQN에서 관람한 <디어 평양>은 정치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혐오를, 또는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연민을 불어넣어주는 ‘평양’이라는 도시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피붙이, 가족이 살아 숨 쉬는 그대로의 그저 하나의 도시 ‘평양’일 수도 있음을 말해준 영화였다.

 

제주도 출신이면서도 끝내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 차별로 인해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북한으로 건너가야 했던 오빠들, 세계의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세례를 받았음에도 봉건적 왕조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감독 자신까지 한반도 현대사의 온갖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듯한 가족사가 양영희 감독만의 특별하고 독특한 환경은 아닐 것이다.

 

소위 ‘인민루니’ 정대세 선수는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했고, 최근 아시안컵에서 일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맹활약한 이충성 선수는 귀화를 선택했다. 격투기의 추성훈 선수 일화도 유명하다. 이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 남한 사회의 극단적인 편협함이다. 양영희 감독 부모님이 북한을 조국으로 선택한 그 이유가 5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제로 남아 있다는 그 사실이 어쩌면 이 영화를 대함에 있어 가장 불편한 지점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전작 <디어 평양>이 자식을 북한에 보낸 아버지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열혈 조총련 간부의 삶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면, <굿바이, 평양>은 새로운 세대인 조카 선화를 중심으로 일종의 후일담을 그리고 있다. 후속 이야기가 아니라 일종의 부록 느낌이랄까. 아마도 양영희 감독은 유일한 여자 조카라 더욱 애착이 가겠지만, 선화에게 자신의 과거를 투영시키고 있는 듯 보이며, 선화로서도 고모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고 싶은, 그러나 그러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보인다. 특히 선화가 카메라를 끄면 얘기하겠다며 손짓하는 장면은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더한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국가보다 폐쇄적인 국가라는 사실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거기에 덧붙여 평양은 너무도 정치적인 도시이다. 도시의 설계부터 살고 있는 구성원들까지도.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나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결국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 미키마우스 양말에 흥분하고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그런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어서 빨리 양영희 감독과 선화를 포함한 가족들이 재회할 수 있기를, 그리고 선화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 최근 리비아의 민중봉기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입장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 민중의 생명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이익의 관점이라면, 북한이나 쿠바의 카다피를 옹호하는 입장은 민족해방 또는 민족자주 노선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푸르른 생명의 나무’라는 사실이다.

 

※ 과거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에서 민족자주 노선이 다수를 장악하다보니 생겨난 문제이긴 하겠지만, 특히 북한 인권과 관련한 문제의 이니셔티브를 보수진영이 장악하고 있다는 건 한반도 현실에서나 북한 주민에게나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왜냐면 보수진영이 인권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이라든가 북한 세습 문제와 관련해 진보진영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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