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현실적인 고딩들의 영화
내가 요즘 세대에 고등학교 안다니는 것에 감사하개 됐다. 그러면서도 입에 욕을 달고 살고 짱이 되려 허세도 부리지만 내면에 깊운 외로움을 담고 있는 실존적 존재인 것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중 가장 많이 나온 말 : 말해 봐! 를 비롯한 ㅆ과 멍멍이 계열의 욕. 누구를 지키는 파수꾼일까 했는데 대학 동아리 세미나 때 연극으로 발표했던 호밀밭의 파수꾼의 파수꾼이라고 한다. 어른들의 시선으로부터 피해 자신들의 룰로 지키고, 혹은 자기만의 룰로 친구들로부터 받는 상처를 지키고. 죽은 기태의 아버지는 기태의 죽음을 파헤치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의혹만 남는다. 다만 숨겨진 진실들이 아이들의 시각으로 표현된다.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그리고 여자친구에 대한 오해로 희준(백희, 베키인 줄 알았다)와 멀어지고 당하고만 사는 희준을 감싸는 동윤과도 멀어지고 어떻게 죽는지는 서술되지 않지만 기태는 죽음을 선택했다. 아집과 알량한 자존심으로 가득 찬 자신의 모습과 친구의 떠남에 대한 인식과 반성 사과가 늦은 탓일게다. 삶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식을 볼 수 있었다. 기태처럼 가식적으로 센 척 할 수도. 동윤이처럼 세정이의 과거를 이미 알고 있었던 척 할 수도. 희준이처럼 이사와 전학을 통해 새 장소에서 찌그러져 사는 걸 선택할 수도. 혹은 기태 아래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랬듯 기태 밑에서 당분간의 편안한 학교 생활을 즐기며 자신을 지킬 수도 있다. 별로 반기고 싶은 현실은 아니지만 단순히 시나리오라고 하기엔 너무 묘사가 세밀하고 기태 아버지가 죽음의 실상을 찾아가는 장면이 건조해서 다큐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욕으로 자신이 세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심리처럼 동등한 친구관계가 아닌 짱이 되고픈 기태의 청소년기의 심리는 그의 삶을 망가뜨렸다. 어린 시절 선물 받아서 애지중지하던 야구공마저 전학간 희준에게 줄 정도로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너무 늦은 사과였다. 마치 기태 아버지가 기태 사후에야 기태를 이해해보려 노력한 것처럼. 기태가 야구공을 선물로 받고도 제구가 안돼서 투수는 포기하고 한때 타자를 꿈꾼 것처럼 짱이 되기보다 가식을 집어던지고 친구를 맞이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잘못된 건 없어. 너만 없었으면 돼."같은 소리는 듣지 않았을텐데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기찻길을 배경으로 해서 더 조마조마했던 것 같다. 언제 기차가 들어올지 모르고 야구공도 어디로 튈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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