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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 파이터
ldk209 2011-03-15 오후 12:52:45 751   [0]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 ★★★☆

 

자신에게 복싱을 가르쳐 주었고 한 때는 영웅이었던 형 디키(크리스찬 베일)는 매일같이 마약에 찌들어 살며 트레이너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고, 전담 매니저를 자처하는 엄마(멜리사 레오)는 미키(마크 월버그)를 쥐락펴락하며 전적 관리는커녕 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게임도 불사한다. 거기에 노동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것 같은 약 대 여섯 명의 누나들까지 오로지 미키가 벌어오는 수입에 기대며 온갖 설레발을 친다. 그럼에도 내성적인 미키는 가족들에게 한마디 불평도 늘어놓지 못한다. 그러나 애인이 된 샬린(에이미 아담스)은 미키를 대신해 엄마, 누나들과 정면으로 맞서길 주저하지 않고, 디키는 미키의 출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다 감옥에 갇히고 만다.

 

정말 가족이 원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존 인물인 디키 에클런드와 미키 워드 형제의 실화를 다룬 <파이터>는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은 스포츠 영화와는 달리 미키가 훈련을 통해 점점 강해지고, 상대선수를 쓰러트려 환호하는 경기 장면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들과의 ‘파이트’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그렇다. <파이터>는 마치 인생에 있어 진정으로 싸워야 할 상대는, 그리고 넘어서야 할 존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영화 같기도 하다. 물론 가족과 싸운다고, 가족을 넘어선다고 해서 가족이라는 관계는 끊어지는 그런 차원은 아니라는 얘기도 함께 말이다.

 

어쨌거나 미키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묘사는 <파이터>를 다른 스포츠 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영화로 각인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묘사는 무척이나 세밀하고 섬세하다. 이를테면 거의 대부분 무더기로 출연하는 누나들의 (도대체 몇 명인 게야??) 반응이나 표정을 매번 담아낸다는 것이고, 이에 반해 미키의 훈련 장면은 터무니없이 짧게 느껴진다. 미키를 소유물인냥 좌지우지하는 엄마라든가 미키를 대신해 가족들과 싸우는 샬린의 존재도 예사롭지 않다.

 

반면,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다분히 전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사실 이 부분은 좀 애매하긴 하다. 왜냐면 <파이터>는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영화든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실제 있었던 사실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것을 전형적이다, 뻔하다, 클리셰다라고 비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는 전형적으로 보이게 하는 연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파이터>는 진행 과정이나 영화의 결론이 조금의 의외성도 보이지 않은 채 다분히 예정된 경로를 따라간다. 실화라고는 해도 마약에 빠져 살던 디키가 마음을 잡고 트레이너로 복귀한다거나 미키와 가족들, 그리고 샬린과 가족들의 화해는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한순간에 급물살을 타듯 빠르게 진행된다. 이제 남은 건 감동의 환호성뿐.

 

비록 전형적인 면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파이터>는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먼저 크리스찬 베일. <머시니스트>에서 무려 30kg을 감량해 거의 걸어 다니는 유령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크리스찬 베일이 <파이터>에선 14kg을 감량한 상태로 나타나 또 한 번 놀라움을 던져주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 그 장면 하나만으로 그의 연기력은 인정받아야 한다. 아무런 설명이 없음에도 마약에 찌든 떠벌이 전직 복서를 몸으로 보여주는 크리스찬 베일의 신체는 그 자체로 경이적이다.

 

어머니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멜리사 레오의 존재감도 막강하지만, 개인적으론 에이미 아담스가 인장처럼 박힌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나 <준벅>과 같은 초기 작품들에서 뿐만 아니라 최근에 출연했던 <다우트>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같은 영화에서 그녀는 언제나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이었다. 특히 <마법에 걸린 사랑>은 그녀의 캐릭터를 극단으로 밀어올린 결과물이다. 분명 판타지인데 현실에 존재할 듯한 기시감이 드는, 반대로 말하자면 현실에 존재하기엔 좀 판타지적 느낌이 드는 캐릭터. 그러나 <파이터>에서의 그녀는 욕설과 술을 달고 다니며 사랑하는 남자의 가족들과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움질을 벌이는 밑바닥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를 위해 아마도 그녀는 살을 좀 찌웠고 목소리 톤을 낮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분명 마크 월버그이고 나름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건, 당연하게도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진정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최고였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 실제 디키와 미키 형제의 모습이 올라오는 순간이다.

 

※ 모든 매체에서 Mark Wahlberg의 한글식 표기를 마크 월버그라고 하고 있는데, 최근 트위터에서 배우 박중훈은 과거 마크 월버그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마크 왈버그가 가까운 표기라고 한다. 근데 왜 마크 월버그라고 표기하기 시작했을까.

 

※ 영화 내내 흐르는 당시를 풍미했던 Bee Gees, Led Zeppelin 등의 노래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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