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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만 살아서, 짐승처럼 살아서, 짐승도 살지 못해서... 애니멀 타운
ldk209 2011-03-25 오후 12:43:32 656   [0]
짐승들만 살아서, 짐승처럼 살아서, 짐승도 살지 못해서... ★★★☆

 

<애니멀 타운>은 관객에게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한다. 곧 철거될 아파트에서 사는 오성철(이준혁)은 발목에 인장처럼 전자발찌를 차고 다닌다. 우리가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그게 거의 대부분이다. 오성철의 전자발찌를 보는 순간 우리의 두되에 오성철의 이미지는 더러운 성범죄자로 각인된다. 더럽고 구질구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오성철을 보면서도 우리는 쉽게 그에게 동정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가 폐지를 줍는 어린아이를 힐끔 쳐다보는 눈빛에서 우리는 또 다른 범죄의 가능성만(!)을 읽으려 한다.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형도(오성태)에 대해선 오성철만큼의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김형도의 아이가 오성철이 저지른 범죄의 대상이었으며, 그 이후 무감각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느낄 뿐이다. 더군다나 오성철과 김형도는 영화 중후반이 되도록 서로 조우하지 못한 채 각자의 삶만을 영위해 나간다.

 

<애니멀 타운>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무미건조하고 어두운 영화일 것이다. 인물들의 대사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유머와 웃음이 없으며, 심지어 음악도 없다. 오성철과 김형도를 한 번씩 번갈아 비추는 영화의 톤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무심하며, 인물들의 연기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지루하다거나 따분한 독립영화라는 선입견은 180도 잘못된 것이다. 지극히 제한된 정보 내에서 미소 한 번 보여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진행되는 <애니멀 타운>은 선과 악, 의심과 동정의 사이에서 관객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밀어 넣는다.

 

내내 무심히 진행하던 <애니멀 타운>은 결말부에 이르러 몇 차례의 강렬한 순간을 제공한다. 오성철이 택시를 탄 여성고객을 폭행하는 장면에선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는 공감을 표현하게 되기도 하고, 김형도가 자살을 시도하는 오성철을 살려주며 오열하는 장면에선 쉽게 공감을 던지기엔 감정의 침전물이 걸리적거린다. 그러다 김형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가슴이 막막해지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멧돼지 같은 짐승조차 살아갈 수 없는 애니멀 타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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