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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황당하지는 않다... 황당한 외계인 : 폴
ldk209 2011-04-15 오후 3:22:02 963   [0]
생각만큼 황당하지는 않다... ★★★

 

SF 코믹북 작가인 영국의 그레이엄(사이먼 페그)과 클라이브(닉 프로스트)는 온갖 만화 오덕후들이 모이는 미국 코미콘 페스티벌에 참가한 후 외계인과 연관된 지역을 순례하다 FBI에 쫓기고 있는 진짜 외계인 폴(목소리 세스 로건)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도피 행각에 기독교 광신도인 룻 벅스(크리스텐 위그)가 합류하게 되고, 일행은 더욱 흥미진진한 모험을 벌이게 된다.

 

<황당한 외계인 : 폴> (이하 <폴>)을 보리라 마음먹은 건 뭐니 뭐니 해도 두 주연배우인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 때문이었다. 2004년 <숀 오브 데드 :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2007년 <뜨거운 녀석들>로 이어지는 콤비의 활약은 많은 비평가들의 환호와 찬사의 대상이었다. 물론 비평가들의 찬사는 이들과 함께 에드가 라이트 감독까지 포함한 3인방에 대한 것이었으며, 그런 차원에서 두 콤비가 에드가 라이트가 아닌 주드 에파토우 사단과 손을 잡았다는 점은 어쨌거나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다.

 

좀비 영화를 대상으로 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 액션 영화를 대상으로 한 <뜨거운 녀석들>에 이어 두 콤비가 비틀기로 한 세 번째 장르는 SF 영화다. 물론 이들이 단순히 웃기기 위해 비틀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영화는 장르에 대한 뜨거운 애정에 기반해 있으며, 일종의 헌사로 봐야 한다. 게다가 이들 영화에서 던져지는 메시지는 <무서운 영화> 류의 패러디 영화와의 차원을 달리한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나와 다른 존재(그것이 비록 나를 공격하려는 좀비라고 해도)에 대한 인정을 바탕에 두고 있으며, <뜨거운 녀석들>은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는 보수주의, 파시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그렇다면 <폴>은 어떠한가? 연출자는 바뀌었지만 <폴> 역시 기존 작품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각본) 미국의 광신적 기독교에 대한 비판(미국에선 광신적 기독교인이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개신교도이다)이라든가 미국식 음모론, 보수주의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폴>은 크게 봐서는 전작과 동일한 우리라는 울타리에 들어온 타자에 대한 인정과 타자와의 공존이라는 가치관,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60년 이상을 같이 살아온 존재조차 배척의 대상이 될 정도의 배타성을 영국인이라는 타자의 눈을 빌어 바라보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나온 영화는 가치관, 철학의 정치적 공정함과는 별개로 ‘웃긴다’. 이들 영화에서 웃음을 뺀다면 어쩌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폴> 역시 깨알 같은 웃음을 던져준다. 엇박자의 말이나 농담을 통한 개그가 쉴 새 없이 시도되고,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는 유머도 좋은 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제작에 폴이 자문을 했다거나 <엑스파일>을 폴이 제안했다는 등의 에피소드도 그럴듯하다. 특히 그레이엄, 클라이브, 폴이 룻과 창조론, 진화론을 두고 벌이는 논쟁은 직설적이면서도 비틀고 꼬집는 재미가 대단하다.(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불편한 장면이겠지만) 예수가 다윈을 쏘는 티셔츠... 그 기발함이라니.

 

그럼에도 에드가 라이트가 연출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는 아쉬움은 크다. 제일 아쉬운 건 표현에 있어서의 얌전함(!)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을 보면, 좀비가 내장을 파먹거나 총으로 좀비의 머리를 박살내는 장면, 길거리에 잘린 머리가 굴러다니고, 성당에서 떨어지는 돌에 의해 머리가 박살나는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고어적 장면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폴>은 등급을 고려해서인지 너무 소박하고 얌전하다. 너무 소박하다보니 막판에 사람이 죽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거기에 헐리웃 패러디 영화가 주는 너저분한 화장실 유머도 거의 구사되지 않는다. 그러니깐 <폴>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잘한 재미는 주지만, 두 콤비의 전작들만큼 전복적이지도 않고, 제목만큼 황당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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