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나 구성, 모두 Old했다. 마치 60-70년대로 다시 간 느낌이랄까? 출연진들이야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겠지만 그들이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과연 지금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긴 있기 있을 것이다. 다만 오래 전에 멸종된 듯한 사람들이 한 집에서 모두 모여 있다는 것이 이상하고, 또한 그런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통계적을 따진다면 없다고 대충 판단을 내려도 틀리지 않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생활을 영화로 한 것, 이 영화를 평가한다면 그렇다. 결혼한 여자들의 마음을 녹이려고 했을까? 어느 아줌마 주변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가해자들이다. 아니 그렇게 보이도록 Plot을 구성했다. 가장인 남편을 카메라 앵글로 잡는다면 역시나 다른 가족들이 가해자로 보였을 것이고, 아들이나 딸 입장에서 찍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입장에 서서 찍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누구의 입장에서 영화를 찍느냐 하는 것이, 주인공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바로 감정이입 할 관객을 선별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고, 또한 누구를 마케팅할 타겟으로 삼을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가장 큰 고객으로 자리매김한 아줌마들을 선정했고, 그래서 이 영화는 가정주부들의 입장에서 제작됐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시한부 인생을 통보 받은 아줌마 주변의 가족들은 엉망진창이다. 시어머니는 치매가 걸려 언제나 가장 가혹한 가해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4살짜리 어린이가 되어서 마음껏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시어머니에 대해 언제나 스트레스만 쌓인다고 이야기하는 아줌마들의 영원한 분노를 당연시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최근 며느리들의 횡포로 인해 힘들어하는 시어머니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영화는 과거의 시점으로 도망갔다는 인상을 줬다. 딸은 가해자가 되는 연애를 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주변 가족들에게 힘들다고만 이야기한다. 아들은 자기 원하는 진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버리며 재수하는 상황에서 여자를 잉태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책임질 자세도 없는 엉망인 아들일 뿐이다. 그나마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난 남편은 아닌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내를 걱정하지 않은 남자라는 전통적인 여성 위주의 영화에서의 나쁜 남자로 비춰질 수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리고 정말 엉망으로 살고 있는 며느리의 친동생은 누나 때문에 근근이 살면서도 누나 고마운 줄 모르고 함부로 폭력만 행사한다. 이런 엉망인 가족들 사이에 여자가 산다. 그것이 그렇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여자다. 하지만 과연 오늘날, 이런 여자가 일반적일까?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피해자란 사실에 주목하며, 이혼이 대세인 시대에 누가 옳든 그르든 이혼하면 된다고 하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이 시대에 그렇게 산다고 한다. 남자들에겐 Fantasy가 될 수도 있고, 여성들에게 가해자 속에서 사는 자신의 입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가 그리 일방적일 수도 없고 언제나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이제, 과연 그렇게 살려고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이제 그렇게 살려는 사람들이 특별한 경우인 그런 시대다. 영화 속의 가족이 오늘의 엉망인 가족에서 과거의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래서 묘했다. 어쩌면 자막이 오르는 마지막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한 가족의 모습은 사랑의 회복일 것이며, 가족애의 가치를 보여주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많은 가족들이 헤어지지 않고, 서로 도우며, 서로 위로하고, 서로를 위하면서, 가족에서의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원할 것이고, 또한 그것들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점차 Fantasy로만 변해가는 지금, 영화는 가족의 환상을 꾸며서 관객들에 다가왔다. 현대인들의 약한 연결고리와 그로 인해 고독에 휩싸이며 고민하는 노희경 작가의 이번 작품은 그녀의 작품에서 언제나 등장시킨 배종옥의 주연이었지만 전혀 도시적이고 현대적이지 않았다. 아마도 의도했으리라. 과거로의 귀환 말이다. 그래서 호퍼의 작품들처럼 차디찬 현대적인 배경 속에 보이는 외로운 인간이 아닌, 따뜻한 가족에 둘러싸인 인간을 꿈꾸고 시나리오을 썼을 것이다. 그야 말로 영화 ‘아바타’와 같은 Fantasy영화인 것이다. 제작비는 훨씬 적었겠지만 말이다. 대중성을 얻게 되든 아니든, 이런 시도는 Old해 보이지만 반갑기도 하다. 현대를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보인다 해서 그리 좋을 것은 없다. 오늘날 가족은 해체되고 있으니까. 그 속에서 이혼 등으로 해체될 때, 내가 차지할 몫은 얼마나 될까에 대한 지식은 얻을 수 있지만 우리가 꿈꾸는 인간미와 가족애는 사실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볼 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 이별하는 장면이나 참혹한 죽음을 보는 것이 아니듯, 가족 영화에선 오늘날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의 가치와 그 복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 반갑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래야 살 맛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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