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같은 건 없다. 나한테 총 들이대는 놈은 다 나쁜 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점령자와 점령된 사람이라도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왜 정이 안 쌓였을까. 꼭 구면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눈다는 건 역시나 끔찍한 일이다. 내가 죽게 생겼는데 니편 내편이 어디있을까. 나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라 그런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 뛰쳐나올 자신도 없다. 사랑하는 곰이라면 달라지려나. 그리고 또 하나의 진리. 사랑은 위기의 순간에 확인된다. 태수였나 택수였나. 그렇게 죽고 못 살다가 결혼 며칠 앞두고 전쟁 터지자 도망갔다가 몰래 밥 가져다주는데 뽀뽀나 하자고 하고 빨갱이랑 붙어먹은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애초에 신뢰가 없었던 거지. 아무튼 영화에선 로맨스에 코드를 맞추느라 전쟁의 잔혹함은 가볍게 넘어갔다. 폭탄이 날아다니고 누군가는 죽어나가긴 하지만 전쟁 실사 영화로 만든 건 아니니. 당시 실상을 담은 글들을 보면 낮에는 국군이, 밤에는 인민군이 오가며 곤욕을 치룬 마을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극중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국군이든 인민을 해방하러 온 인민군이든 그들 나름대로 계급이 있고 신분에 대한 판단기준이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누가 누구의 힘으로 무엇을 해방시키겠다고 하는 것인지, 마르크스 주의는 여전히 이상일 뿐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김주원의 마르크스 주의 책 속의 시집처럼 환상 속에 사는 이상주의자의 한낱 감성적인 이야기일 뿐. 영화 속에서 보이듯 밥을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 하는 것, 서로 작업반장이 되려고 하는 것, 서로 자기 마을에 방공호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모두 이기주의에서 시작된 본능적인 욕심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주어져서 마음이 풍요롭지 않은 이상 절대 평등이란 불가능. 지인 중 한 명이 보면 빨갱이 영화라고 길길이 날뛸지도. 절대 권유하지 말아야지. 정려원은 아주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연기가 좀 는 듯하다. 약방의 감초 유해진씨의 연기도 좋았고, 김주원은 귀여운 악마의 탈을 쓴 소심하고 순수한 소년 느낌. ㅇㅇ는 이끼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서 초반에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죄송하지만 앞잡이 역할 완전 잘 어울리심. 마지막에 죽으려 판 방공호 총살 장면은 영화 작은연못이 생각났다. 마지막에 주민들 인터뷰도 그렇고. 그런데 석장리는 공주 아닌가? 왜 평택 이야기가 나오지. 한국지리 공부를 덜 했나 ㅎㅎ 곳곳에 긴장감을 늦출 수 있는 웃음 코드들이 많아서 긴장감을 이완하며 볼 수 있었다. 마을 비밀장소에서의 밀회장면이나, 소가 밭 갈면서 방귀뀌는 모습이나, 초콜렛 먹으면서 아몬드 뱉어내는 장면, 삽 뒤쪽으로 삽질 하거나, 3명이 서로 판 땅에 다시 흙을 덮는 장면 같은 것. 영화 전반에 흐르는 메기의 추억도 인상깊게 남는다. 집에 오는 길 내내 흥얼거렸다. 영화 폰을 보고 베토벤의 월광이 무서워졌듯, 이 영화 이후로 메기의 추억이 슬픈 노래로 인상에 남는 것은 아닐지. 그렇지만, 러닝타임이 좀 길긴 하다. 요즘은 영화 110분 정도가 딱 적당하게 느껴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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