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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펑펑 울게 한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macbeth2 2011-04-22 오후 12:11:18 16146   [2]

병원일과 예전의 의료사고에 대한 후회와 번민으로 좀비(zombie)처럼 일에만 매달려 있는 고용직 의사 아버지(김갑수 분), 노인성 치매로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할머니(김지영 분), 이루지 못할 사랑에 고민하면서도 간섭을 거부하는 큰 딸(박하선 분), 여자친구에 폭 빠져 공부는 뒷전에 팽개쳐 버린 철없는 삼수생 아들(류덕환 분).  

 

처음에 명목상 가족이라는 이름만 내걸었을 뿐, 각자 따로 자신들의 인생을 영위(營爲)하는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예외였다. 엄마(배종옥 분). 
 


불안하고 안타까운 사랑에 상처입은 딸을 품에 보듬어 주고, 치매걸린 시어머니에게는 머리채를 휘어잡히고, 엎치락 뒷치락 생각없이 사는 듯한 유일한 혈육 남동생 근덕 내외에겐 큰 누나의 정을 보여준다. 
 

 


엄마요, 며느리요, 아내라는 굴레를 쓴 맹목의 희생이야말로 그녀의 역할분담쯤으로 여기던 가족이라는 이름표를 단 한 무리의 외면(外面) 그리고 무심함 속에, 불현듯 이별의 순간이 그녀의 코앞에 성큼 다가섰음을 알게 된다. 
 


 

더 이상 잘 할래도, 잘 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한, 돌이킬 수 없는 한계시점에 이르러서야,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직면해서야만, 비로소 그들은 진짜 ‘가족’이 되길 자청(自請)한다. 


껍질안의 세속에 허둥대는, 보잘것 없고 태생적으로 허술한 인간들은 진작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적 기점에서 볼 수 없는 걸까?

그리고는 이내 그동안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가장 소중한 것, 엄마의 자리, 그 온정 그리고 당신자체를 영원히 상실한다. 

1996년이었을까? 노희경 작가의 동 작품을 경륜있는 연기자 나문희, 주현 주연의 TV드라마에서 처음 만났었다. 내용자체는 어찌보면 구태의연(舊態依然)하고 진부(陳腐)한 신파극(新派劇)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역량있는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 탓에 예나 지금이나 이 작품은 나를 번번이 울린다.

          


아마 그때는 좀 더 어리고 미숙하여 생과 사에 대한 관조(觀照)가 부족해서인지 지금만큼 펑펑 울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에도 동(同)작품이 대학로 소극장의 무대에서 종종 상연되곤 했고, 그때마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점을 보면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비록 말초(末梢)적이진 않으나 거부감 없는 소재에 대하여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곧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가 되고, 그래서 관객은 매 순간 울컥하던 참디 참던 눈물을 기어이 터뜨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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