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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아니 비극 적과의 동침
novio21 2011-04-27 오전 2:18:28 1581   [0]

  오늘날 이념에 대해 우린 얼마나 알까? 특히 이념 전쟁을 겪은 한국인들이 말이다. 우리도 이런데 일제 식민지를 겪고 난 후 1950년의 사람들이 과연 오늘날만큼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을까? 분명 있었겠지만 전국민이 한글을 깨친 현대인들에 비해 그 숫자는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념은 그 당시에 강요되는 사안이었고, 그것을 전쟁을 통해서라도 강요하려 했다. 6.25 전쟁에 대한 비극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강요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 강요, 너무 큰 희생을 치르게 했다.
  한반도란 같은 문화권과 국가 내에서 공존했던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이념으로 38선으로 갈라지고, 일제에 대항해 같이 뭉쳤던 그들이 남북한이란 경계선에 의해 적대적이 되고, 그래서 전쟁을 벌인 이런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한반도에서 1950년 6월 25일에 정말 일어났다. 당시 태반이 농민이었던 시절이니 문맹률은 높았을 것이고 이념보다 농사일과 같은 먹고 사는 것에 온 힘을 기울일 때였다. 먹고 사는 것이 지상과제인 사람들에게 군복으로 이념을 표현한 그들이 몰려왔을 때, 생존하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것들은 너무 적었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해야 살 수 있는 불확실한 현실이 전개된 것이다.
  현실도 형편없었고, 상황대처도 형편없는 당시, 평택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들이닥친 북한군대는 해방군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누군가를 희생시키는데 매우 민첩한 군대였다. 특히 전시라 이런 행동은 쉽사리 할 그런 환경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아름다운 인연으로 인해, 그리고 이념을 민중 속에서 실현시키고자 한 북한의 젊은 청년장교 김정웅(김주혁)로 인해, 그 마을에서 공존의 미학은 실현된다. 비록 둔탁하고 위험한 줄타기이긴 했지만 자신의 이념이 옳다는 신념과 박설희(정려원)와의 과거의 사랑을 오늘에도 실현시키고 싶은 인간적 마음이 추악한 충돌로까지 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런 선량함은 전시 중엔 지켜내기 힘든 것이다. 전쟁은 상대를 희생시키는 것이 기본이고 자신의 목적 앞에선 그 어느 누구도 신뢰할 수도 없고, 어느 순간 누군가가 자기의 반대편에 설 수 있다는 불신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즉 미쳐버리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광기 앞에 선 북한군 장교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 받는다. 이념적이거나 인간적이기보다 차가운 전쟁의 잣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라는 명령 말이다. 추상적이고 편향적인 적대적 인간관이 현실의 동화 같은 인간관계를 압도하는 순간이고 어려운 선택을 강요 받는 북한군 장교의 모습은 당시 한국의 모든 지성인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자화상이었을 것이며, 인간적 품성을 지닌 그들도 현실이란 냉혹한 조건 앞에 무너지는 이유였으리라.
  영화 속에서 그의 아름다운 선택도 결국 무너졌다. 비록 의도적으로 갈등과 긴장을 만든 서사적 구조로 인한 것이겠지만 어떻든 마지막의 총격전은 매우 가슴 아픈 비극이었다. 방공호 속에서의 어이없으면서도 인간미 앞에 갈등하는 북한군들의 총질은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재단한 상부의 선택이 실제론 얼마나 추악한 것이며, 또한 그에 대한 피해를 과연 누가 짊어지게 될까 하는 문제제기에 대해 충분한 답변이 됐다. 또한 그와 그녀의 마지막 동침은 아름다움이 전쟁 앞에서 얼마나 허망하게 파멸되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념이 인간을 위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을 위한다는 전쟁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수단으론 적합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 방법의 피해가 가장 적나라하게 발휘된 것이 한국전쟁이고, 그 이후 합리적으로 따지는 과정은 생략된 체 서로 간의 짐승적인 증오의 시기를 맞게 된다.
  영화 ‘적과의 동침’은 한국전쟁을 다룬 지금까지의 영화와 매우 색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이전의 뛰어난 작품들이 가족의 문제를 갖고 한국전쟁에 접근했다면 이 영화는 가족의 문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쟁과 인간미의 충돌, 그리고 그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내적 고민들을 반어와 역설의 미학 속에 비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 영화엔 웃기는 코미디적 요소도 있지만 출연진들의 말 속 하나하나에 담긴 시대적 고뇌와 방황을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전쟁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했다. 아마도 한국전쟁을 다루는 앞으로의 전쟁영화에서 이 영화는 그런 영화들이 한 번은 고민해야 할 테마를 던져주었고, 그 영화들의 교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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