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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에서 시간여행으로.. 소스 코드
ldk209 2011-05-13 오후 3:39:29 837   [0]
가상현실에서 시간여행으로.. ★★★★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던칸 존스 감독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영화보다는 전설적인 락 스타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었다. 그러다 <더 문>이 공개된 후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부각되지 않았다. <더 문>은 한정된 공간, 최소한의 인원, 적은 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좋은 사례라고 할 만하다. <더 문>은 사실상 샘 록웰 혼자 출연한 영화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더 문>으로 호평을 받은 던칸 존스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소스 코드>는 던칸 존스 감독 본인이 쓴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럼에도 <소스 코드>에서 <더 문>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던칸 존스라는 이름에 신뢰를 보내도 좋다는 확실한 증표, 즉 데뷔작에 버금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스 코드>의 이야기는 이렇다. 우선 ‘소스 코드’란 미군이 발명한 프로그램으로, 사망자가 마지막 뇌 속에 지니고 있는 8분의 기억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체험이므로 그곳에서 뭔가를 변경했다고 해도 실제로는 변경되지 않는다는 규칙이 존재한다. 이라크에서 작전 중이었던 주인공 콜터 대위(제이크 질렌할)는 기차에서 눈을 뜬다. 앞에 앉아 있는 처음 본 여성 크리스티나(미셸 모나한)는 자신을 션이라 부르고, 얼굴도 바뀌어 있다. 8분 후 기차는 폭발하지만 콜터는 캡슐에서 정신을 차린다. 콜터 대위는 모니터로 보이는 콜린(베라 파미가)의 지시에 따라 폭발 직전의 기차로 돌아가 테러범이 누군지 알아 내야 한다. 설명을 원하는 콜터 대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은 강제적으로 콜터 대위를 기차로 반복해서 보낸다.

 

여러 SF 영화의 설정을 가져왔던 <더 문>과 마찬가지로 <소스 코드>도 가상현실이나 시간여행을 다룬 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다.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스 코드>는 일단 <데자뷰>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데자뷰>에서도 양자물리학과 관련한 어려운 설명이 나오지만 양자물리학을 모르고서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던 것처럼 <소스 코드> 역시 양자역학이나 평행우주론을 굳이 모른다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SF 영화임은 분명하다. 특히 가상현실로 진입했던 이야기가 시간여행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두 영화는 비슷한 경로를 밟아 간다. 거기에 과거로 반복해서 돌아간다는 점도 다른 영화들에서 자주 다뤄졌던 얘기들이다.

 

그럼 어디에서 <더 문>과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가? 우선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더 문>에서 주인공은 3년 동안 혼자 지내다 사고를 당한 후 자신과 똑같은 외모의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내가 나임을 증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 둘 모두 클론이었지만, 3년의 경험 차이는 둘 사이에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소스 코드>에서 콜트 대령의 정체성은 자신이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는 션이다. 군인과 수학선생의 차이처럼 정체성의 혼돈을 겪는다. 진정한 자신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걸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가?

 

다음으로 흥행성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헐리우드 SF 영화로는 여전히 적은 규모의 예산과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점도 동일한 지점이다. 대부분의 기차 승객을 제외하고 주요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세 명에서 네 명에 불과하다. 공간도 대부분 캡슐 아니면 기차 속이다. 이야기도 과거로 돌아간 8분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사건의 발생으로 인한 현실의 미묘한 변화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관객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끝까지 긴장을 유지한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93분)은 사변적인 이야기를 쳐내고 정수만을 뽑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무저항 상태에 있는 누군가의 노동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관계에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달나라 기지에서 혼자 3년간의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클론이나 캡슐에 갇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폭발하는 기차로 매번 돌아가야 콜터 대위나 처지는 비슷하다. 거대 기업 또는 국가권력에 의해 착취당하는 무기력한 개인이 던컨 존스가 다루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더 문>과는 달리 <소스 코드>는 어려운 학문과 매우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졌음에도 기본적으로 대중들이 이해할만한 문법으로 만들어진 대중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소스 코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가상현실과 시간여행을 결합한 영화라는 점이다. 학문으로 치면 양자역학에서 시작해 평행우주론으로 끝난다고나 할까. 평행우주론은 나와 동일한 인물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주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의 <평행이론>이나 <큐브> 시리즈의 한 편이(2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평행우주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그러니깐 사실 우리는 영화에서 두 개의 다른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다. 반복해서 과거로 보내진 콜터 대령의 희생으로 시카고 테러를 방지하게 된 세계(처음의 세계)와 기차 테러마저도 일어나지 않고 션의 정체성으로 크리스티나와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사는 콜터 대위의 새로운 세계(변화된 과거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진 평행 우주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가지 떠오른 의문은 바로 션이라는 인물이다. 기차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션은 죽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럼 그 사람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 사람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 그 사람도 다른 평행우주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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