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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있지만 장르적 쾌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모비딕
ldk209 2011-06-13 오후 5:12:05 856   [0]
의미는 있지만 장르적 쾌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

 

공식적으로 정부를 움직이는 세력 말고 다른 세력이 존재하고 그 존재가 대형사고를 일으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음모론은 전적으로 그 사회의 불투명성에 근거한다. 물론 미국같이 세계 일극이라는 초강대국의 경우, 지구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의 배후로 꼽히기도 하며, 실제로 훗날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의 경우도 과거 김구 암살 사건이라든가 최근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 많은 사건들이 음모론으로 회자되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의 배경은 94년. 서울 인근의 발암교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검찰은 이를 북한의 테러로 규정한다.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는 보안사에서 탈영했다는 후배 윤혁(진구)이 찾아와 플로피 디스크를 포함한 자료를 넘기자, 민간인 사찰 및 발암교 폭발사건의 진실을 캐기 위해 동료 기자인 손진기(김상호), 성효관(김민희)과 함께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사건을 파고든다. 하지만 사건 취재에 들어가자 의문의 사내들이 이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시작하고 이들은 발암교 폭발사고 뒤에 거대한 실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이 영화가 1990년에 발생했던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이며, 제목 <모비딕>도 대학가 앞에 보안사가 차린 실제 술집 이름에서 따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왜 94년일까? 94년은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가 전면전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던 때였다. 당시 미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내에 있는 핵시설에 대한 폭격, 즉 사실상의 전면 전쟁을 결심하고 이에 대한 예상 시뮬레이션을 지시했는데, 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는 바로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며 대화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나 처참한 결과가 제시됐으면 클린턴이 바로 전쟁을 중단시켰을까 싶다. 그러니깐, 한반도의 가장 위험한 시기였던 만큼 배후에서 더 많은 음모들이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아마도 이 영화가 94년을 배경으로 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또는 정치적 부담감으로 대한민국의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것을 기피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를 고려해볼 때, 음모론을 다루고 사건의 실체를 파고드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그 동안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일단 <모비딕>은 괜찮은 기획이라고 여겨진다. 영화적 재미도 괜찮은 편이다. 구성이 성긴 편이고 생각보다 긴장의 강도가 높아지진 않아도 즐기기엔 적당한 편이다. 추격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원경으로 촬영해 실제 상황으로 보이게 연출한 것처럼 장면 하나 하나의 퀄리티도 나름 수준급이라고 평가해 줄 만하다.

 

그런데 음모론을 다룬 영화가 딱히 이래야 한다는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비딕>이 뭔가 나사 하나가 빠졌다고 느껴진다면 이건 <모비딕>이 권력의 음모를 파헤치는 진지한 드라마인지 아니면 음모를 모티브로 해서 대박 흥행을 노리는 대중영화인지의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즉 <모비딕>은 전자가 되기엔 사이즈가 너무 크고, 후자가 되기엔 이야기의 쾌감이 부족하다.

 

이야기의 쾌감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부 위의 정부, 즉 음모의 실체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이들에 대한 단죄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고, 영화적 설정이라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장치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술집 내부에 그런 비밀 사무실을 둬야 할 이유라든가 비밀사무실이라고 하기엔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등이다. 이는 윤석양 이병 사건의 실제 상황에 너무 천착했거나 또는 기자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설정을 만들려다 보니 그랬을 거라 짐작된다. 비밀요원들의 감시가 고작 잡음 심한 직접 도청과 미행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검거를 위한 작전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본 시리즈>와 비교해보라)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진구의 이름값에 비해 비중이 약한 것도 처음 기획과 최종 결과물이 상당히 다르다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사소한 설정과 달리 음모의 실체와 이들에 대한 단죄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 보인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모비딕>은 마치 <본 얼티메이텀>처럼 진행되다가 결론은 <마이클 클레이튼>처럼 끝나는 느낌이다. 물론, <마이클 클레이튼>도 진실을 감추려는 세력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담고는 있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적 쾌감과는 거리가 먼 부당한 현실 앞에 고뇌하는 한 인간의 번민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모비딕>의 윤혁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인해 조직에서 이탈하고 나중에 그 사람의 애인을 찾아가 용서를 비는 장면에서 <본 시리즈>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너무 뻔한 연상이다.

 

이방우와 윤혁을 쫓는 비밀 조직의 행태는 세련함과는 거리가 먼, 폭력적인 강력계 형사를 보는 듯하며, 이들의 악행은 치밀하지는 않지만 치가 떨릴 정도로 무자비하게 진행된다.(그런데 오히려 정부 위의 정부의 음모를 진행하는 조직이라면 반대로 치밀하고 세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를 지시하는 조직의 간부(이경영) 역시 어떠한 인간적 고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냉혈한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조직의 간부를 쉽게 노출시키는 우를 영화는 범한다. 정부의 공식 라인인 검찰총장에게 지시하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치지만, 각 언론의 편집국장을 불러 모아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로 이 사람이 정부 위의 정부, 정부 내의 비밀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맞나?’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조직에서 이 간부를 외부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위치로 설정해 놨다면, 반대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의 보위를 위해 책임을 지고 제거되는 그런 자리일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적 재미라든가 장르적 쾌감을 위해 조직의 간부 및 하부 조직원(정만식)에 대한 처벌 정도는 묘사해 주는 게 마지막의 묘한 찝찝함을 상쇄시켜 주지 않았을까 싶다.

 

※ 북한과 관련한 음모가 말 그대로 음모가 아닐 수 있음은 97년 대선 이후 터진 북풍 사건에서 알 수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여당의 이회창 후보 진영은 대선 승리를 위해 휴전선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켜줄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이 현 정부 인사와의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한 것을 보면 여전히 북을 내정에 활용하려는 음모는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폭탄이 설치된 비행기를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중전화로 항공사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전화를 거는 방법이다. 그러면 보안 규정상 항공사는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보안팀이 비행기 구석구석을 모두 확인한 뒤에야 출발을 한다. 그러므로 이런 전화가 걸려오면 그 비행기는 몇 시간 늦게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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