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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K-19]여성이 연출한 정통 잠수함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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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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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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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7 오전 9:3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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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철저한 남성영화라는 것(이상하게 잠수함을 소재로 하는 영화엔 여자가 드물다) 그리고 두 번째는 어느 영화보다 긴박하고 스릴이 넘치는 심리전이 있다는 것. 물 속 깊은 곳을 잠행하고 떠도는 잠수함은 그 자체가 밀폐되고 고립된 특수공간이다 보니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훈련 받은 군인이다. 그것도 남자 군인. 아무리 여성이 범접하지 못하는 분야가 없다는 21세기이지만 잠수함만은 아직까지 남성들 만의 공간이고 여성이 근접하는 것을 근본부터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이다. 여성의 체력적 한계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심연의 해저기지를 다루었던 영화(어비스, 레비아탄, 딥식스 등)나 지구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멀고 먼 우주 기지나 다른 행성의 공간을 다룬 영화(에이리언 시리즈 등의 SF 시리즈) 더구나 귀신까지 잡는다는 해병대에서도 꿋꿋이 버티고 잘 지내는 여성(지 아이 제인)들을 우리는 이미 보아온 바 있다. 그렇다면 굳이 잠수함 속 생활에서만 여성이 배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 아무래도 그건 계속해서 이동해야만 하는 잠수함이라는 폐쇄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해야 하는 것과 핵과 같은 위험한 물질을 다루어야 하는데 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핵이라는 위험한 물질을 보유한 상태에서 더구나 주로 물 속을 잠행해야 하는 잠수함이라는 것의 특수성 때문에 그곳의 사람들은 늘 긴박한 상황에 대비한 긴장상태를 늦출 수가 없다 따라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잠수함 속의 일 외엔 모두 단순화 되어야 한다는 느낌이다. 여승무원을 포함한 잠수함은 뭔가 복잡성을 잉태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여성 이 육체적으로 잠수함 속 근무를 견디지 못한다기 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혹시 발생될지도 모르는 남녀간의 감정적이나 육체적 문제가 존재조차 할 수 없도록 철저히 배제하기 위해…. 잠수함 속의 생활과 그곳에서의 긴장감을 늘 유지하기 위해서…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나의 짐작이다. 왜 잠수함에 여승무원이 존재하지 않을까에 대한 나 나름대로의 해석. 하지만 언젠간 나오겠지 여승무원이 나오는 잠수함 영화가…) 따라서 잠수함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모두 철저한 남성중심의 남성영화 일색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 잠수함영화에 등장하는 잠수함들은 대체적으로 핵 잠수함 또는 전쟁의 한 가운데 놓여진 잠수함 들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핵을 보유하고 잠행하며 전시 상황에서 적의 허를 찌르고 그들의 공격에 늘 대비해야 하는 잠수함. 그곳의 모든 승무원들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상태. 오직 잠망경이나 외부로부터 의 무전으로 주변의 정황을 알 수 있기는 하지만 그조차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변수가 많은 그들의 상황. 그러나 영화 속에선 대부분의 외부의 무전은 끊어지는 경우가 더 많기에 그들의 상황은 늘 긴장의 연속이고 아주 조그만 주변의 움직임에도 그들의 조국은 전쟁의 위험이나 폐배의 상황으로 빠져 버리는 극단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적국 잠수함 내부 승무원들의 의도를 확실히 읽고 정확하게 판단해야만 전쟁에서 승리하여 조국에 승전보를 울릴 수도 그 상황을 극단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기에 잠수함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고도의 긴박함의 극치를 이루며 잠수함 영화의 백미를 연출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잠수함 영화를 보는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 상대방의 심리를 읽고 그 상황을 모면해 나가느냐가 늘 관건이었던 것 같다.) 전쟁영화 속에선 상대방 잠수함의 함장들의 상대국을 이기기 위한 전술을 보는 재미로 소련과 미국이 팽팽하게 대치된 냉전 상황 속에선 서로를 견제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해프닝들이 어쩌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잠수함이기에 그것도 핵을 보유한 잠수함 이기에 그 긴박감이 가중되며 관객을 한껏 긴장시키고 영화 속에 푹 몰입하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한다. 그래서 난 잠수함 영화를 좋아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좋고,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열심히 상대방의 마음을 읽기 위해 벌이는 심리전이 흥미진진하고, 철저하게 계급의 통제하에 지휘관의 판단 하나로 승무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슬기로워 보여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솔솔 피어난다.
이제 막 개봉을 한 <K-19 : Widowmaker>도 잠수함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전에 나왔던 다른 잠수함 영화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지는 잠수함 영화의 중심에 있었던 미군은 이 영화 속엔 없다. ‘K-19’는 미국의 잠수함이 아니라 소련의 핵 잠수함이다.(왠지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더구나 우리가 지금껏 미국식 영웅의 표본으로 느껴왔던 해리슨 포드가 이 ‘K-19’ 호의 함장이라니 더욱 아이러니 하다. 소련 제독으로 소련 군복을 입은 해리슨 포드라... 쫌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그리고 한가지 더. 남자 냄새가 흥건히 묻어나는 이 잠수함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바로 캐서린 비글로우, 여성감독이다. 물론 이 여성감독은 남자감독 못지 않은 액션 영화를 정말이지 박진감 넘치게 만들어 왔던 전력(?)이 있는 멋진 여감독이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난 이 여감독을 너무 좋아한다. 특히 그녀의 역동성을 폭풍처럼 표현한 <폭풍 속으로>와 그녀의 섬세함이 가장 두드러졌던 <웨이트 오브 워터>를 말이다.) 아무리 액션을 잘 만든 여감독이지만 여성 감독이 만드는 스케일이 큰 정통 잠수함영화는 이번이 처음이고 잠수함 속의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상황, 남자들 존재하는 그곳의 생활 얼마나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그리고 여성감독 특유의 여성적 섬세함과 디테일을 얼마나 잘 살렸을 지에 굉장히 기대가 갔다. 이번엔 얼마나 멋진 작품으로 나를 만족시켜 줄지가 궁금했다.
굉장한 기대를 하고 접한 영화 <K-19>는 예상대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역시 비글로우다 싶을 정도로 힘이 있고 남자냄새 흥건하고 긴장과 긴박감이 풀풀 피어나는 흥미 진진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감동적인 드라마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영화는 이전에 나왔던 모든 잠수함 영화들의 그것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비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이 충만하다. 이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크림슨 타이드>, <U-571>, <붉은 10월>등의 잠수함 영화가 주었던 재미와 긴장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함장과 부함장 사이의 의견차에 따른 팽팽 한 긴장감은 영화 <크림슨 타이드>를 미군의 핵 잠수함에 대치하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핵 잠수함의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는 무모한 상황에서의 고집은 <붉은 10월>의 숀 코너리를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애국적인 상황에선 <U-571>을 연상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기존 영화들과 비슷한 듯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잠수함 영화들과는 달리 그 잠수함을 지휘하는 함장이나 부 함장의 카리스마 보다 그곳에서 위기에 빠진 잠수함 속 승무원을 지키기 위해, 핵폭발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묵묵히 다하는 승무원들의 모습이 더 빛나는 영화였다. 미국에서는 이 영화가 소련을 영웅시하였다고 흥행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고 혹자는 이 영화 가 소련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견지에서 그들이 소속된 국가나 군대는 이 영화에선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탑승한 핵 잠수함의 폭파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일념뿐 이었다. 그것으로 인해 벌어질 주변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만 노력했다. 그들에겐 정치인들처럼 영웅으로 칭송 받으려는 정치적인 의도도, 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출세를 위한 제스쳐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와 가족을 위한 묵묵한 희생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소망은 이루어 졌고 그들의 가족을 동료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단지 그들은 단지 인간된 도리로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이를 구하자는 작은 소망을 하였고 그로 인해 세계 제 3차 대전의 위험도 핵 폭발로 인한 핵 재난으로부터도 모든 사람이 안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 한 것뿐 소속된 국가나 지위에 대한 사욕도 영웅의식도 전혀 없는 보잘것없는 작은 영웅 들이었다.
한가지 더. 영화는 잠수함이 배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잠수함 영화로만 치부하긴 좀 다른 구석이 엿보인다. 급하게 건조된 핵 잠수함, 그 때문에 발생되는 사고와 사상자들 그리고 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승무원들과 그 불안함을 고스란히 갖고 시험운행에 동참 하는 승무원들의 모습으로 마치 중간 이후부터 벌어진 잠수함 내 핵 유출은 이미 예견 되었던 일 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기록을 위해 ‘타이타닉’을 전속력으로 운행하게 하는 모습에서 침몰이 예견되었던 것처럼 영화 <타워링>에서 세상에서 제일 높은 빌딩, 제일 첨단의 빌딩 임을 과시하려다 화제를 맞는 모습처럼 영화 <K-19; Widowmaker>는 잠수함 영화 뿐 아니라 재난 영화에서 보아왔던 교훈과 재미까지도 덧붙여져 이중의 재미를 선사한다. 잠수함 속 승무원들의 작은 영웅적 희생은 많은 재난영화에서 보여준 영웅들을 생각나게 한다. 타워링 속의 스티브 맥퀸을,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진 핵크만을, 데이 라이트의 실베 스타 스텔론 같은 사람을 말이다. 어려움에 빠졌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다거나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힘을 북돋아 그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재난은 철저히 조심만 하면 충분히 미연에 방지가 가능하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교훈과 그런 절박한 상황을 통해 볼 수 있는 협동하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맛볼 수 있는 훈훈한 감동이 영화 <K-19; Widowmaker> 속에도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잠수함영화라기 보단 타이타닉 류의 재난 영화라 이야기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재난영화가 지닌 재난에 대한 암시와 상황 그리고 극적 구조를 지닌다. 따라서 영화는 기존 잠수함 영화와 비슷하듯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의 재미도 선사한다.
감독에 대한 믿음인지 아님 잠수함 영화를 좋아해서 인지 난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 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권하고 싶다. 감동적이고 재미있게 본 영화 <K-19>이지만 이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아무래도 소련 함장 보스트리코브(해리슨 포드)역의 해리슨 포드는 아니다 싶다. 여지까지 그가 쌓아온 미국 영웅에 대한 인상도 강한데다 너무 전형적 미국인의 모습인 것도 그렇다. 따라서 그가 구사하는 꼬부라진 영어 발음도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고 소련 핵 잠수함 ‘K-19’호는 그의 이미지 때문인지 소련 잠수함이라는 느낌보다 약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미국 잠수함 같다는 느낌이다. 헐리웃에서 표현하는 소련군대 라니 좀 어불성설 같다는 느낌도 무시할 수 없다. 등장인물의 설정만 미국에서 소련으로 바뀌었을 뿐 그들의 모습은 소련인 같지도 미국인 같지도 않은 국적이 모호한 사람들처럼 보이고 한편으로 영화의 내용이 미국인들이 미국 영웅주의로 그들을 희화했었던 영웅주의 영화들의 내용과도 일맥 상통한다는 느낌도 든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 영화는 내가 최근 괜찮게 본 영화들의 목록에 들어가고도 남음이 있는 영화이다. 배우들의 열연이나 팽팽하게 전개되는 극의 긴장감, 감독의 역동적인 연출 그리고 감독의 고집이 잘 농축된 수작중의 하나이다. 내가 느낀 긴장이나 감동을 다른 관객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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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9(2002, K-19 : The Widowmaker)
제작사 : Intermedia, New Regency Pictures, First Light Production, National Geographic Society, Palomar Productions / 배급사 : (주) 씨네월드
수입사 : (주) 씨네월드 /
공식홈페이지 : http://www.k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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