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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영화가 주는 기본적인 재미... 퍼스트 어벤져
ldk209 2011-08-02 오전 10:15:06 805   [0]

 

오락영화가 주는 기본적인 재미... ★★★

 

아무리 잘 만들고 재미있다고 해도 노골적인 미국 영웅주의 때문에 헐리웃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퍼스트 어벤져>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제목부터 캡틴 아메리카(영화 원제)에 성조기 문양의 코스튬이라니. 이건 대 놓고 미국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슈퍼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전략 아닌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다지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으며, 충분히 참을 만하다.

 

아무튼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2차 세계대전, 빈약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약골이라는 이유로 매번 군 입대를 거부당함에도 포기를 모르는 의지와 정의로움을 눈여겨본 에스카인 박사(스탠리 투치)의 도움으로 군에 입대한 뒤 수퍼 솔저 프로젝트의 최초 실험자로 발탁된다. 이 실험으로 완벽한 신체 조건을 얻게 된 스티브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군 입대 및 채권 판매 홍보요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에스카인 박사가 독일에 있을 때 실험 대상이었던 독일 나치 내 비밀조직인 ‘히드라’의 수장 요한 슈미트(휴고 위빙)는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남겼다는 신화 속 절대 파워의 근원인 ‘코스믹 큐브’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 히틀러를 넘어 세계정복에 대한 야망을 불태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퍼스트 어벤져>의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가장 전형적인 미국 영웅의 모습을 띠고 있음에도 거부감이 덜 느껴지는 건,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파시스트 진영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진영 중 하나였다는 점과 영화에서 이 부분이 조금은 과할 정도로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과 직결된다. 사실 최근 개봉한 거의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 액션영화들이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가져와 재창조의 과정을 거친 데 반해, 원작 그대로의 배경을 가져온 것도 아마 전 세계적 흥행을 기대해야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기본 처지에 기인했을 것이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 코스튬의 명도와 채도를 낮춰 덜 화려하게 보이게 한 것도 거부감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해 의도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퍼스트 어벤져>는 오락영화로서의 기본 재미에 충실한 편이다. 적당한 유머 감각과 탄생을 다루는 1편에 적합한 수준의 액션은 마치 <아이언맨> 1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거기에 액션 장르에 첩보 장르, 대체 역사 장르, 그리고 독일군과 관련한 음모론 등의 첨가는 보는 관객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퍼스트 어벤져>의 매력은 촌스러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벽을 기어오르는 등의 말 그대로 슈퍼 히어로가 보유한 초인적 능력을 캡틴 아메리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그는 남들보다 우람한 근육과 신진대사가 좀 빠른 편이다. 그러니깐 순수하게 몸과 몸으로 부딪쳐 만들어내는 파열음이 영화엔 있다.

 

게다가 무기라고 해봤자 방어적 무기인 방패 밖에는 없다. 아무리 방패를 날려 3단 스리쿠션으로 상대를 쓰러트린다고 해봤자 어차피 방패는 뭔가를 막아내는 무기(?)라는 점에서 치명적인 이미지는 주지 못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포로를 구하기 위해 처음 적진에 들어가는 장면을 돌이켜 보면, 파랗고 빨간 색의 성조기 문양이 화려하게 박혀 눈에 잘 띠는 방패를 등에 두르고 안 들키기 위해(?) 숨어 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건 적에게 마치 제발 내 등을 봐달라고 호소하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액션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좀 실망스러울지는 모르겠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나름 2차 대전이라는 시대배경에 걸맞는(?) 현실적 이야기와 액션을 내세웠다는 고집으로 읽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적인 느낌은 거의 신의 존재에 가까운 DC코믹스의 주인공들에 비교되는 마블코믹스 주인공들의 대체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종종 허술하고 듬성 등성하긴 해도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에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와 요한 슈미트의 대립 관계는 좀 흥미롭다. 아버지(에스카인 박사)에게 버림 받은 첫째 아들과 이쁨 받는 둘째 아들의 관계. 둘이 대면하는 장면에서 요한 슈미트는 마치 자신이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할 자격이 있는 장자로서 실제 상속자인 캡틴 아메리카를 질투하는 듯 보이고, 캡틴 아메리카 역시 유산 상속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는 듯 자부심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둘의 관계는 아버지에 대한 인정투쟁을 벌이는 형제 같아 보인다.

 

이런 흥미로운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지는 한계 역시 뚜렷하다. 이는 무엇보다 이 영화가 완결적 구조를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무슨 말이냐면, 최근 제작한 마블 코믹스의 영화들은 대체로 2012년에 개봉할 <어벤저스>를 위한 일종의 예고편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어벤저스>에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의 슈퍼 히어로들이 닉 퓨리(사무엘 잭슨)의 지휘 아래 하나로 뭉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각자의 영화들엔 다른 슈퍼 히어로의 모습이 언뜻 비치고, 엔딩 크레딧이 끝난 이후 사무엘 잭슨이 등장해 접촉하는 부가 영상, 일종의 티저 예고편이 떡밥처럼 등장한다. 어쩌면 마블은 지난 몇 년 간 긴 예고편들을 극장에서 상영해 왔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내년에 개봉할 <어벤저스>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 아무리 완결성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도 무기력하게 보이는 악의 세력에 대한 묘사는 영화적 재미를 감소시킨다. 코스튬만 그럴싸하지 딱히 뚜렷한 전과 한 번 없고, 매번 캡틴 아메리카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히드라 군단. 거기에 혐오스런 외모에도 불구하고 요한 슈미트 역시 별다른 히든카드 없이 몰락한다. 영화로만 보면 대체 미군이 왜 이들에게 두려움을 가지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 요한 슈미트나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인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의 마지막이 정확히 묘사되지 않아 만약 이 영화만의 후속편을 만든다고 하면 둘이 악역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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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2011, Captain America : The First Avenger)
제작사 : Marvel Enterprises, Marvel Entertainment, 마블 스튜디오 / 배급사 : CJ ENM
수입사 : CJ ENM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irstaveng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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