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오면서 꼭 보자고 다짐했던 영화가 네 편 있습니다. 먼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신작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기대감을 제대로 꺾어줬던 <써커 펀치>, 또 '장훈' 감독의 신작으로 그냥 감독님의 이름값에 기대했고 그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줬던 <고지전>, 그리고 각각 올 여름과 겨울 최고의 기대작인 <카우보이&에이리언>과 <셜록홈즈2>인데요. 특히나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표현한만큼 이 영화에 제가 거는 기대는 상당했습니다. <아이언맨>의 감독, '존 파브로'의 차기작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서부극과 SF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상당히 끌렸기 때문이죠.
다만 문제가 있는데요. 고전적인 느낌이 강한 '서부'와 미래적인 느낌이 강한 'SF'의 조합은 잘못하면 이질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시간여행영화였으면 모르겠는데, 영화의 스타일이 '정통 서부 영화 위에 얹어진 SF영화'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 부분을 처리하기 힘들었겠죠. 저 역시도 이 부분을 '존 파브로' 감독이 어떻게 처리할 지 상당히 궁금했는데요. 예고편에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존 파브로' 감독은 외계비행물체와 그들의 기지등을 배경이 현대인 SF에서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투박한 느낌이 나게 만드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생각보다 영화내에서 너무나도 훌륭했습니다.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각각의 특징을 잘 살리기까지 했기 때문이죠. 이 장점이 잘 드러나는게 바로 '제이크가 비행물체에 올라타는 장면'인데요. '제이크가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비행물체에 올라탔다는 느낌'보다는 '제이크가 살고 있는 옛날 서부시대에 외계인이 등장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서 너무 멋졌던 장면이였습니다. 여기에 ('다니엘 크레이그'때문으로 생각되네요.)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박진감넘치는 액션까지 더해져서, 감히 올해 최고의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좋았네요.
그러나 이 새로운 소재를 잘 조합시키고, 표현했다는 장점 이외에는 이 영화에서 장점을 찾기는 힘듭니다. 오히려 새롭고 색다른 소재를 잘 사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나머지 부분들이 너무 아쉬웠는데요. 특히나 아쉬웠던것은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 전혀 색다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둘의 조합이 상당히 신선하고 새로웠던 것을 감안해서라도 나머지 부분까지도 기존의 영화에서 봐왔던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을 창조해냈어야하는데 이 영화는 거기까지 못하고 지금까지 각종 서부 영화와 에이리언 영화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모습과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새로워지지 못하니까 이 둘의 훌륭했던 조합도 빛이 바래고,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왔던 관객에게는 당연히 실망감을 안겨줄 수 밖에는 없었죠.
여기에 스토리도 진부, 그 자체입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서부 영화 스토리와 에이리언 영화 스토리를 짜집기한 느낌이 강했으며(심지어는 결말+마지막장면까지도), 어찌보면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인 '제이크가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전혀 자연스럽거나 어울리지 않고 작위적이였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회상장면도 영화와 겉도는 듯한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영화에 집중하는데 상당히 방해가 되었습니다. 또 이 영화의 각종 설정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상당히 억지스럽습니다. SF 영화라면 (<7광구>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싶이)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추고 영화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제이크가 기억을 잃어버린 이유'나 '제이크가 차고 있는 팔찌의 기능과 위력'에 대해서 전혀 설명 없이, 오직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냥 믿어!'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밝혀지겠지'하고 영화를 계속 봤는데 끝까지 그 이유는 등장하지 않으니 황당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네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상당히 그리워졌습니다. 이 영화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먼저 캐스팅되었다가 스케쥴로 인해서 하차하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투입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꽤 유명한 소리인데요.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도 좋은 배우입니다만은, 그가 투입됨으로서 더 톡톡튀고 색다를 수 있는 영화가 장르의 틀속에 갇혀버린듯한 느낌이 든 것은 아쉽네요. 분위기만 더 가볍게 잡았어도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미스캐스팅으로 인해서 '존 파브로' 감독의 장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영화, 이것이 이 영화를 더욱더 아쉽게 남길 수 밖에는 없는 이유네요.
+ 올해 기대작이 차례로 쪽박, 대박, 중박을 쳐주네요. 다음 <셜록 홈즈 2>는 어떨지...?!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셜록 홈즈 2>를 위해서 이 영화를 포기한 만큼 좋은 영화를 선사해주길 바랍니다!
+++ '존 파브로' 감독님... 다음에는 장기를 제대로 살려서 나와주세요!
++++ 사진은 언제나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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