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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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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9 오후 8:5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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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없이 시큰둥하게 나간 미팅에서 의외의 킹카를 만나 행복한 봄날을 맞는 엄청난 상상을 하며 행복감에 젖을 때 우린 행복해진다. 물론, 상상속의 행복감은 현실보다 더욱 크다. 왜냐면....그건... 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 태어나다는 근간 본 영화 중 이견없이, 최고의 킹카였으며 영화로 얻은 행복감은 현실에서 얻는 어떠한 기쁨과 견줄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본인의 영화감상의 선택기준은 물론 감독이다. 감독의 전작과 필모그라피를 꼼꼼히 훑어본 다는 것은 그영화에 대한 정확한 편견을 가지고 영화관에 착석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작들과의 연장선상에서 신작이 갖는 중요한 위치와 변화를 견주어 보겠다는 심사를 의미한다. 남자,태어나다의 박희준감독의 전작이 천사몽이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어쩌면 이번 그의 이번 영화는 오인될 수 있다. 편견이라는 높디 높은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현해 낸다는 것은 베를린장벽의 붕괴만큼 어려운 고산이다. 그런데 이영화 남자,태어나다. 그 장벽을 아주 가뿐히 넘어버렸다.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그안에 아름다운 마을 마이도라는 지도에 없는 섬을 착실하게 만들어 진정 소박한 사람들을 군데군데 세워 놓았다. 그 흔한 조폭 한 무리 보이지 않고 악역조차 악역이라고 할수 없을만큼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영화 가득 차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다른영화에서 볼수 없었던 TV베테랑연기자들의 비중 있는 조연역할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없이 높여주어 확실한 차별화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영화에 반한다는 것은 한번도 만나지 못한 장르와 내용의 신선함에 반한다는 것 아니면 익숙한 장르에서 그만의 진정성을 세심하게 울리는 감동에 반한다는 것 두가지로 나뉜다. 물론 후자에서 감동을 받기란 100가지 사람중 같은 이름의 사람을 발견하는 것 만큼이나 희박한 확률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의 희소가치는 높다. 남자, 태어나다는 익숙한 장르와 익숙한 인물들로 승부를 거는 진정 새롭지 않은 영화이다. 오히려 이영화는 사실과 남루한 현실에 안착하려고 시종일관 애쓰는 '착한'영화이다. 물론, '착하다'는 의미는 캐릭터라이징의 구축이 침착하며 세심하다는 뜻이며 영화의 귀결또한 작위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다는 사실에서 부여한 긍정적인 의미이다.이만큼 새롭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승부수를 던진 박희준감독의 과감함과 진심에 나는 반했다. 또한, 섬마을 최고고령 할아버지의 소원인 "대학생만들기"이벤트를 1시간40분의 러닝타임동안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늘려놓고 버무린 박희준감독의 개인기에 매료되었다. 충무로를 떠돌던 남자, 태어나다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었던 박희준감독의 결심은 분명 남다른것이었을 것이다. 전작의 실패와 새로운것의 시도가운데서 그가 선택한 것이 최종적으로 "진심"이었다는것에 나는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실제 그들은 기획회의 도중 제작하려던 영화의 제작을 미루기까지 하며 이영화를 영화화 하기로 만장일치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보여준 스틸컷과 음악은 영화전체를 예고하는 서정성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아이들의 클로즈업 스틸컷은 어떤 영화의 오프닝처럼 현란하지 않지만 어떤영화의 오프닝보다 심각할만큼 오랜기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여운을 갖는다. 세명의 주인공이 왕코치를 만나 대학생이 되기 위한 혈전(?)을 벌이는 계기와 과정은 무리없이 전개 된다. 다양한 조연들의 등장과 빠짐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영화를 보고 있는것인지 섬마을 사람들의 실제 다큐멘터리를 보는것인지 알수 없을만큼 꾸밈 없어 보인다.
[여백이 아름다운 캐릭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대학생을 둔 아버지가 되는것이고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 앞에서 멸시를 당한 것을 갚아주고 싶은 대학생이 되고 싶은 열망이며 평생 고기잡이에 인생을 투자하고 싶지 않은 젊은이의 염원이다. 그들의 소망은 타당하며 나는 그들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보다, 그들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속 에서 스스로 발견하게 될 마이도라는 섬에서만이 만날 수 있는 일상의 감사였다. 역시 영화는 그 과정을 현명하게 군더더기 없이 짚어 낸다. 왕코치는 왕년의 전적이 뛰어나지 않은 오직 2전...만의 초라한 전적을 갖고 있는 무명의 프로선수였으며 아이들은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여 출세한번 해보겠다는 허망한 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아닌, 그저 꿈...꿈만은 놓치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슬기로운 청년들이다.(가수가 되고 싶은...꿈앞에서 당당히 서고 싶은...고기만은 벗어나고 싶은 나름대로의 명확한 꿈이 그들에겐 존재한다.) 이렇듯 명확한 이야기 선과 캐릭터들은 매우 균일하게 움직인다. 에피소드들의 개연성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조연들의 캐릭터라는 것은 주연들의 캐릭터 못지 않게 인상깊다. 말없는 카리스마 최상학, 전원일기의 오랜 친구 일용, 독사로 유명한 마을이장...그들의 캐릭터들은 한국영화들이 버무리고 꾸며온 평면화된 캐릭터와는 일찌감치 떨어져 있다. 꾸미지 않으니 홑겹의 옷을 입은것처럼 몸의 움직임은 날렵하며 연기는 안정된 선상에 안착되어 있다. 그들은 이미 그 인물에 동화된지 오래다. 관객은 그러므로.. 동화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절정은 엔딩에 있다. 감독은 끝까지 끌어온 이야기 흐름을 끝까지 놓지 않는 노련함을 보인다.인상깊은 엔딩 바닷가 씬에서 결국 남자, 태어나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것처럼 이영화는 그들이 새로운세상(그들의 그전의 세상은 마이도 뿐이다.)속에서 얼마나 현명하게 "고립"될수 있는가에 대한 테스트버젼임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어떠한 작위적인 성공과 행복을 교훈적으로 되뇌이지도 않으면서 영화는 너무나 현명하게 주제의식을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섬마을 총각들의 대학가기 이벤트는 남루한 소재에서 세련되고 기품있는 작품으로 아름다운 엔딩에서 멋지게 끝마침의 방점을 남자답게 찍어낸다.
물론, 주인공 세명의 캐릭터구분에서 조금더 힘을 실어 주지 못한 아쉬움은 존재한다.주인공 여현수는 다만 고기를 잡기 싫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섬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개연성있는 이유를 끄집어내지만 그것을 장면으로 설득하진 않는다. 홍경인 역시 가수가 되고 싶어는 하나 업소의 주인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이후 이전에 보다 사려깊은 설득력있는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정준의 김사랑에 대한 구애만이 가장 비중있게 관객을 설득하나 이역시 아름답기만 하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꿈은...이미 이루어졌다...]
그러나. 남자, 태어나다는 이러한 몇가지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한국영화가 오해하고 있는 관객들의 주류 정서를 정확하게 꼬집어 내면서도 , 정확한 주제 의식 또한 놓치지 않고 있는 현명한 영화이다. 영화가 주는 끊이지 않는 웃음과 감동은 일시적이며 즉흥적인 요즘 한국영화의 주류영화들이 헛다리 짚고 있는 가벼움과는 전혀 다른 깊은 진정성이라 여운이 짙다.
올가을 우리를 찾아온 가장큰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 남자, 태어나다. 당신에게 추천하고서도 조금의 후회가 없을만큼 나는 이영화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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