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나(Colombiana)
우선, 이 영화의 탄탄한 극본은 관객으로 하여금 딴 생각을 못하게 한다.
니키타, 니나, 한나의 계보를 잇는 여성 킬러중 가장 완벽한 몸매를 보여주고 있는 조 샐다나(Zoe Saldana, 카탈리아 역)는 ‘콜롬비아나(Colombiana)’에서 그 아름다운 몸맵시 만큼이나 날쌔고 민첩한 액션을 선보인다.
복수의 발생은 어린 시절 소중한 가족에게 일어난 악몽과도 같은 참사가 빚은 트라우마이다. 이 역시 앞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었던 여전사들의 설정을 답습하고 있다.
마피아의 2인자였던 아버지는 그 오물같은 수렁에서 발을 빼려 하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조직은 그와 그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려 한다.
보스의 이와 같은 무자비한 성격을 이미 알기에 아버지는 가족을 피신시키려 계획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카탈리아만 간신히 살아남아 시카고의 뒷골목으로 삼촌을 찾아간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삼촌에 의해 공교육을 받으며 지혜로운 킬러로 성장한다.
‘카탈리아’는 그녀의 이름이지만 콜롬비아에만 서식하는 꽃이름이기도 하다.
삼촌의 도움으로 청부받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하나씩 처단해 나가면서, 일말의 증거도 남기지 않지만, 마치 ‘일지매’가 매화 한송이를 남기고, ‘오로라 공주’가 딱지를 남기듯이, 현장엔 립스틱으로 그린 카탈리아를 남긴다.
이 모든 것은 잔인하게 살해된 부모의 '복수'를 위해 철저히 계산된 것이며, 꽃그림은 은신중인 콜롬비아 마피아 보스의 노출을 유도하기 위해서 남기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인 그녀이지만 딱 한 번의 실수로 위치가 노출되면서 일이 커진다. 역시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순간적인 판단력이 다소 둔해지나 보다.
그 사랑 때문에 그녀의 지구상 마지막 혈육인 삼촌과 할머니마저 악당들의 손에 불귀의 객이 되고, 그녀의 복수심은 걷잡을 수 없이 끌어오른다.
결국 경찰에게 쫓기며 악당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이중고에 빠진다.
하지만 지혜의 여신인 카탈리아는 경찰과 CIA의 관계를 역이용하여 결국 조직의 수괴를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킬러 영화의 전형적 스토리라고 해서 전부 긴박감마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몸매가 좋은 여주인공이라고 해서 모두 액션을 어설프게 하는 건 아니다.
악당의 본거지를 로켓포로 급습하며, 보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명씩 해치우는 장면은, 정의감이 아직 조금은 남아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나약한 현대인들을 위해서 대신 처리해 주는 듯한, 그야말로 후련한 카타르시스(Katharsis)를 선사한다.
복수심에 불타 올라 휘번덕거리는 그녀의 두 눈을 본 관객이라면 아바타의 시퍼런 외계여인 ‘네이리티’는 잊어야 할 것이며,
니키타, 한나, 니나, 킬빌을 기억한다면 ‘콜롬비아나’도 계보에 꼭 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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