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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콜롬비아나
ldk209 2011-09-08 오후 12:30:45 664   [0]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

 

어디선가 듣기로 아마 뤽 베송은 <레옹>의 후속편, 그러니깐 마틸다가 성인이 되어서 벌이는 액션 영화를 구상했다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콜롬비아나>로 선회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엔 <레옹>의 느낌이 묻어난다. 어쨌거나 자청해서 킬러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무대는 콜롬비아. 부모가 조직 보스 마르코(조디 몰라)에 의해 살해당하는 현장에 있었던 9살 소녀 카탈리아는 기지를 발휘해 마르코 일당에게서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삼촌 에밀리오(클리프 커티스)를 찾아간 카탈리아는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자신을 킬러로 키워주길 간청하고, 성인이 되어선 삼촌이 알려주는 특정인을 죽이는 킬러로 성장해 돈벌이를 한다. 그러는 동시에 카탈리아(조 샐다나)는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한 나름의 계획을 펼쳐나간다.

 

일견, 카탈리아가 돈을 벌기 위해 행하는 살인은 부모의 원수를 갚는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관계가 없긴 하다. 이것을 연결시키는 건 오직 카탈리나의 머릿속이다. 무슨 말이냐면, 카탈리아는 미국에서 킬러로 활동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죽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양을 그려 놓는다. 이 문양을 보고 부모를 죽인 원수가 자신을 찾아오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조금 고개가 갸웃 기울어진다. 음주운전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된 뒤 다른 유치장에 수감된 대상자를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실력, 스무 번이 넘게 살해를 하면서도 단 한 번, 단서를 남기지 않는 그 엄청난 실력으로 원수를 찾아 나서지 않고 그저 사람을 죽이면서 기다린다고?

 

최소한 이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킬러로 활동하는 무대가 콜롬비아라면 그나마 이해 가능하다. 어릴 때 살았던 마을, 원수는 CIA와도 연결된 유명한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면 아마 누구나 잡고 물어봐도 행방을 알 수 있을 터. 그런데 미국에서 사람을 죽이면서 자신을 알아봐달라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건 그저, 카탈리나가 얼마나 기막힌 솜씨를 지녔는지 과시하기 위한 전개로써만 필요할 뿐이다. 또는 카탈리아가 아무리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킬러라고 해도 죽일만한 놈들, 쓰레기만 죽이는 정의의 사도(?)로 이미지화하기 위함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카탈리나가 복수를 행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도구로서만 기능할 뿐이다.

 

또 하나, 악당이 너무 약하고 찌질하다. 복수를 행하는 액션 영화에서 강력하고 사악한 악당의 존재는 영화적 재미를 끌어 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콜롬비아나>의 악당은 이런 차원에서 기억이 나는 한, 가장 찌질한 악당 축에 속함으로서 영화적 재미를 끌어 내리는 존재로 기능한다. 부모를 죽일 때까지만 해도 강력한 듯 보였던 악당은 상영시간 내내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에 등장해선 겁에 질린 채, 벽장 속에 숨어 징징대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스토리에 너무 많은 우연적 요소가 개입한다는 것도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다. 스무 번이 넘는 살인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윤곽조차 찾지 못하던 경찰이, 어처구니없는 우연이 연속으로 겹치면서 카탈리나의 존재를 알게 된다는 점도 그렇고, 악당의 마지막 응징도 어느 정도 우연에 기댐으로서 복수의 쾌감을 경감시키는 데 한 몫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나>는 한마디로 킬링 타임용 무비로서는 나름 역할을 다한다. 특히 영화의 도입부, 소녀 카탈리니가 추격자를 따돌리며 도망가는 장면은 당연히 <본 얼티메이텀>의 탕헤르 추격신 또는 <13구역>이 연상되는 장면이기는 해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욕실에서의 액션신도 <본 얼티메이텀>을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하다. 그런데 <본 얼티메이텀>이 등장한 이후, 거의 대부분의 액션 영화가 작든 크든 <본 얼티메이텀>을 따라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딱히 결점이라고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아바타>의 여전사, 조 샐다나를 보는 맛(?)이다. 우아한 발걸음으로 사뿐 사뿐 걸어가, 일격에 상대를 죽이는 카탈리나의 몸짓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안쓰러울 정도의 마른 몸매가 여전사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조 샐다나의 움직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아마 이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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