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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라기보다 정교하게 연출된 극 영화.. 아리랑
ldk209 2011-09-14 오후 5:06:47 778   [0]

 

다큐라기보다 정교하게 연출된 극 영화.. ★★★☆

 

내가 아는 한 김기덕 감독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속도면에서 가장 빠른 연출을 자랑하는(?) 감독일 것이다. 더 놀라운 건 그러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선보여 왔다는 것. 그의 작품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적어도 베니스와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연출력과 세계관은 인정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물론 수상은 그저 상징일 뿐이다) 어찌 보면 한국 영화계가 배출한 진정한 월드스타.

 

<아리랑>에서도 나오지만, 그는 한 작품의 편집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그래서 한 작품이 개봉되자마자 바로 다음 작품 연출에 들어가는, 그래서 매해 한 편 또는 두 편의 영화가 개봉되는 놀라운 실적(?)을 쌓아 왔다. 그랬던 그가 2008년 <비몽> 개봉 이후 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가끔 술자리 등에서 근황이 궁금해지기는 했어도, 이렇듯 심각한 자기 고민에 휩싸여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김기덕 감독에 대한 소식은 그가 배신의 충격으로 거의 폐인이 되어 사람들과의 접촉을 끊고 칩거하고 있다는 것.

 

<아리랑>의 배경은 눈이 쌓인 추운 겨울의 인적 드문 외딴 산장. 그 산장 속에 텐트를 치고 김기덕 혼자 외로이 살고 있다. 눈을 녹인 물로 밥을 지어 먹고, 장작으로 난로를 펴 혹독한 추위를 견딘다. 심지어 화장실도 없어 큰일을 보기 위해 매번 호미로 땅을 파고 일을 본 후 흙으로 덮어야 한다.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이 외딴 곳에 그는 왜 이토록 혹독한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나가보면 아무도 없는 어둠. 계속 문을 두드린다. 찾아온 건 또 다른 김기덕. 영화엔 크게 세 명의 김기덕이 등장한다. 질문하는 김기덕과 대답하는 김기덕, 그리고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이를 지켜보는 김기덕. 그리고 김기덕의 그림자.

 

질문하는 김기덕은 매일 술을 마시며 번민에 쌓여 있는 김기덕에게 호통을 치며 묻는다. “왜 영화를 만들지 않는 거야? <비몽>에서 여주인공이 자칫 죽을 수도 있었던 사고 때문에 그러는 거야?”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술에 취한 김기덕은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울분에 싸여, 때로는 광기에 휩싸인 채 그 동안 속에 담아 두었던 얘기들을 하나씩 풀어 놓는다. 김기덕이 풀어 놓는 얘기는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언론에 무수히 등장했던 바로 그 얘기들. <비몽> 촬영 당시 여주인공의 자살 장면을 찍던 도중 실제 여주인공이 죽을 뻔했던 끔찍했던 상황과 <영화는 영화다> 이후 자본주의 논리를 따라 자신을 떠난 감독과 PD, 그리고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일갈 등.

 

<아리랑>은 김기덕 본인이 촬영하고 본인이 출연하고 본인이 편집한 완벽한 일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칸이 주목할 만한 부분의 대상으로 선정한 건 분명 의미 있다고 보지만, 또한 이런 차원에서 분명 <아리랑>은 다큐라기보다 정교하게 연출된 극영화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김기덕이 텐트에서 나와 문을 열고 확인하는 장면 하나만 보더라도, 컷 수가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즉, 김기덕 감독은 나름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카메라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장면 장면을 촬영하고 연출한 것이다. 물론 이 영화를 다큐로 보느냐 극영화로 보느냐는 김기덕 감독의 말마따나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건 김기덕 감독이 왜 <아리랑> 같은 자전적 영화를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언론의 센세이셔널한 보도와 달리 영화에서 김기덕 감독의 발언은 작정하고 폭로를 한다든가 하는 느낌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 정화, 노래 아리랑으로 상징되는 한의 정서, 스스로에 대한 주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자신을 배신한(김기덕 감독 본인은 배신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떠나간 것이라 표현하지만) 사람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연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원망이 더 커 보인다. 이건 환경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 특히 자신에 대한 질책이 많음은 그가 왜 <아리랑>을 찍을 생각을 하게 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건 단적으로 칩거를 접고 이제 세상으로 나오려는 자신에게 주는 용기, 그리고 기존 자신과의 단호한 결별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 만든 권총으로 자신을 쏘는 용기야말로 이제 그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언론보도와는 다르게 배우, 감독 등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는다. 한국 상영에 따른 편집인 것인가?

 

※ 김기덕의 새로운 영화가 기다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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