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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을 보고(스포) 북촌방향
filmone1 2011-09-15 오후 2:59:58 756   [1]

북촌방향

 

영화를 한 번 보고 리뷰를 쓰기가 감당이 안 되어서 결국 다시 한 번 보고 겨우 몇 글자 끼적여본다. <생활의 발견>에서 언급했던 회전문과 근작에서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우연성. 특히나 대놓고 우연을 한 가지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는 <북촌방향>은 신비롭고 혹은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쓰는 대화법을 잘 쓰지 않고, 인물이 리액션도 흔히 일상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리액션이 아니다. 당연히 상업영화에서 보이는 대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면 성준(유준상)과 여배우가 우연히 만나는 장면에서 성준는 그녀와 마주치는 것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반면 여배우는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성준을 대한다. 그녀가 묻는 질문에 딴 소리를 해대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노력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략 이런 식으로 대화법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점을 드러내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 작품에서도 그러했지만, 나눠찍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 줌인 아웃의 카메라워킹만 있을 뿐 한 씬에서 인물간의 액션-리액션으로 나눠찍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을 스크린 인-아웃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명의 배우 한 화면 속에 등장하는 택시를 잡는 야외장면에서 담배를 피던 송선미가 프레임 아웃되면 김상중도 덩달아 그녀를 쫓으며 자연스럽게 아웃되는 형식이다. 물론 <라임라이프>의 무도회장면에서 찰리채플린이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인물들의 동선과 프레임 인-아웃의 사용법과 다르지만, 그 씬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동선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송선미(대학교수)20분 동안 영화제작자, 영화감독, 음악감독, 학교제자를 차례로 만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씬이었다. 김상중과 김의성은 거기에 대해서 별 대꾸를 하지 않지만, 유준상은 적극 동의한다. 그런데, 이 장면만 보면 유준상이 송선미에게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엔딩에서 유준상은 송선미에게 있었던 그 우연을 똑같이 경험하게 된다. 영화감독->배우?(기주봉)->음악감독->(고현정)을 차례로 만난다. 그리고 마지막 컷은 고현정이 찍고 있는 카메라의 렌즈을 어색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끝난다. 이 우연은 혹시 필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생활의 발견>의 회전문처럼 이 우연성도 하나의 원을 이루고 계속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왜냐면 이 작품 속에서도 근작들처럼 같은 상황을 계속 반복한다. 대표적인 예는 술집<소설>이라는 곳의 주인(김보경)은 항상 가게를 비운다. 물론 그녀가 항상 비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준상 일행이 그 곳을 들릴 때마다 그녀는 자리를 비우고, 똑같은 액션과 리액션이 오간다. 물론 약간 대사의 뉘앙스 차이는 존재한다. 반복 속에서 우연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여배우의 만남도 북촌 길거리에서 3번 반복된다. 첫 번째엔 길을 걷고 있는 유준상에 뒷모습에서 사운드 인이 되면서 그녀가 프레임 인이 되고, 두 번째는 유준상의 얼굴에서 그가 그녀에게 시선을 주면 그녀가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세 번짼 두 번째와 완전히 반대되는 앵글로 만나게 된다. 우연과 반복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고, 또한 실내 장면들과는 다르게 입체적인 구도를 쓰고 있기도 한다. 홍상수 감독의 실내 장면이라도 99% 술집이거나 술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인데, 리버스 쇼트가 없기 때문에 인물들의 동선이 제한적이고, 어찌 보면 구도 상은 완전히 연극적이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평면적인 것을 피하기 위해 줌 인-아웃을 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작품은 여태껏 보았던 홍상수 감독의 작품 중에 가장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우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하나하나 키워드를 들면서 말하고 싶은 장면이나 캐릭터가 있지만, 홍상수 감독의 작품처럼 반복해서 보고 후에 다시 감상평을 쓰려고 한다. 물론 반복 관람한다고 해서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기대감은 없지만, 도전정신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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