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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난 같은 DNA를 갖고 있다 리얼 스틸
novio21 2011-10-16 오후 10:14:51 597   [0]

  현시대가 아니라 2025년에 벌어질 이야기를 영화로 담고 있지만 바로 오늘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나 이때나 다를 것은 사실 별로 없을 것이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세상 돌아가는 것은 다 똑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로마 시대와 오늘의 이탈리아 시대의 삶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시대가 미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더라도 오늘과 차이가 날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 참 영리하다. 과거의 영화인 ‘챔프’나 ‘주먹이 운다’처럼 인간이 권투선수로 나와 피가 낭자해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개연성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 같은 로봇들의 결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잔혹한 장면은 더 많이 나올 법하다. K1과 같은 무서운 액션을 선보이니까 말이다. 로봇도 자기 주인의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생존해야 하니까. 그래도 피가 없는 결투고 생존을 위한 피비린내는 더욱 없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지만 피보단 위험이 덜해 보인다. 하지만 액션은 화려하다. 로봇의 격투는 인간이 나온 그 어떤 액션처럼 볼만 했다. 특히 사각의 링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 하나하나는 인간의 권투의 모습처럼 잘 만들어졌고 오락성도 풍부했다. 그것은 마치 진짜 인간의 싸움과도 같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잔인하기만 한 복서를 비꼬기 위한 영화인지 모른다. 아니면 저 먼 시대인 로마시대의 검투사 경기를 비꼬는 것도 같다. 그 누구나 소중한 육체를 밑천으로 삶을 부지해야 할 인간들을 최악으로 내몰아 관전하는 즐거움을 찾는 인간들의 추악한 단면을 고발하려 했는지 모른다. 이 영화는 그러나 인간을 위한 휴머니즘의 기초한 영화이고 인간의 감정과 정서, 그리고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현대인들의 고뇌와 갈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 갈라지고 쪼개지기만 한 가족에 대한 문제를 액션과 함께 다루고 있다.
  아마도 미국영화에서 가족의 가치를 담지 않은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는지 의심할 만큼 미국영화는 가족주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듯하다. 문제는 왜 그리 가족주의에 집착할까 하는 점이다. 그것은 어쩌면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한국보다 미리 당했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마카로니 웨스턴 이전에 등장했던 사회적 가치의 우위 위주에서 어느 순간 개인의 가치 숭상으로 변한 개인주의 사회로 들어선 미국은 타인의 대한 갈증에 목말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자신과 DNA를 공유한 이들과 작별하는 것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그들에 대한 진한 애정과 향수가 그들 피부 속 깊은 곳에서 숨쉬고 있고, 어쩌면 그것을 들추고 고백해야만 행복으로 향하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즉 가족만이라도 함께 했으면 바람이 강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녹하지 못해 쉽게 이루지 못할 꿈이 되고 있단 점이다.
  도시 생활에서 가족은 개인적인 신상기록부에나 있을 뿐 쉽게 만나지 못하는 타인처럼 변질되고 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아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냥 모른 체하고 살았으면 하는 귀찮은 존재조차 되고 말았다. 영화는 바로 이런 배경으로 시작된단 점이다. 과거 어느 영화에 나왔던 장면인 것 같았다. 그만큼 한국영화를 포함해서 많은 영화들이 다뤘고 일종의 진부한 설정이 됐다. 그리고 결론도 뻔할 것이다. 서로 진한 부자관계의 애틋함을 느끼고 서로가 가족임을 확인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칠 것이고 이것들을 영화가 1시간 30분 남짓 보여줄 내용들이다. 그런데 왜 이리 진부하게 그 내용이 반복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한다면 서글픔이 들게 분명하다. 그런 설정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재미 속에 도사린 아픔을 느낀다고 할까? 영화는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가세하면서 꿈을 꿀 수 있는 환상까지 더해 주었다. 즉 Fantasy물이 된 것이다. 이것은 어떤 공상과학 S/F와 같은 것이 아닌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공상을 꾸게 하는 그런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왔을 때의 느낌은 자신을 돌아보는 자조적인 생각을 들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닌 영화다.
  영화 평론가들의 극찬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떤 평론가들은 악평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평가보다 더욱 아쉽게 한 것은 영화 자체가 비극적인 결론을 보여주지 않고 멋진 경기로 마무리했지만 그 다음에 벌어질 이야기들을 너무 쉽게 추론할 수 있었단 점이며, 결국 DNA를 공유한 어느 부자가 이후 멀리 떨어져 살며, 서로를 상당기간 모른 체 하며 살 수밖에 없단 점이다. 이런 사태는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잘못된 관계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인간의 임무라고 한다면 이 영화, 정말 비극이다. 경기의 달콤함을 잠시이며, 그들의 다음 단계는 장기적으로 쓰라릴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말이다.
  즐거운 영화를 보고 쓰라릴 미래를 추론하는 것은 그리 달가운 관람은 아니다. 아니 희극을 보고 비극을 추론하는 것처럼 참 재미없는 관람이다. 하지만 오늘의 사회를 기본 설정으로 하면서 앞으로 깨질 가족을 영화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결과를 당연히 추론하도록 할 것이며, 이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현대인들의 상황과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극단적이지만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화는 부자지간의 뜨거운 가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고 한 때나마 권투선수였던 아버지의 멋진 재기전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들은 분명 많다. 다만 그런 영화가 아직도 미국영화의 대세이며 한국 역시 그런 대세에 감동을 받는 것을 보면 뭔가 아쉬운 사회적 현실이 있기 때문이리라. 가능하면 이런 아쉬운 추론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무엇보다 영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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