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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당신은 누구보다도 사랑받을 자격 충분합니다. 헤드윅
happyend 2002-10-14 오후 7:03:30 1700   [6]
부천에서 시간이 안 맞아서 놓친 [브리트니 베이비, 원 모어 타임]때문에 섭섭해하고 있던 저에게 이 영화 정말 괜찮다고 꼭 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이거 도대체 무슨 내용인 건지 제목만 봐서는 감이 안 오더군요. ‘헤드윅과 앵그리란 사람이 주인공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하고 시놉시스를 보았죠. 쭈욱~ 읽어 내려가니 뭔가 생각나더군요. 아!! 그래 [벨벳골드마인]...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비슷한 영화가 한 두 편이겠어요? 뭐~ 결국 영화제에서는 못 보고 나중에 보긴 했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보낸 동베를린을 떠올립니다. 동베를린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던 한셀. 헤드윅은 한셀이었던 그 때를 떠올려 보죠. 그 땐 그저 음악이 듣는 것만 좋았고 특히나 미국 음악이라면 미치도록 좋았습니다. 여리고 섬세한 미모로 자란 그. 그런 한셀에게 동베를린을 탈출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나라 미국으로 갈 기회가 드디어 오긴 했는데... 미군 병사는 그에게 성전환수술 후 결혼해서 헤드윅으로 미국에 갈 것을 제안하죠. 그는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싸구려 수술의 결과는 실패. 이제 한셀이 아니지만 완전히 헤드윅도 되지 못한 채 끝나버린 뒤 미국에 오지만 결국 버림받고 우연히 16살의 토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 마저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의 노래를 훔쳐 톱스타가 되고 말죠. 도대체 왜 그녀의 인생은 이렇게 엉망이죠?

사람들은 그녀가 돈을 노리고 토미를 괴롭히는 스토커쯤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래서 토미를 쫓는 게 아닙니다. 사랑 때문이라고요? 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끌려 다니던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이 중심에 설 수 있었던 토미와의 관계에 대한 집착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하나 그녀가 힘든 세상을 버틸 수 있었던 최후의 보루인 음악마저 그가 그렇게 훔쳐가 버렸습니다. 언제나 안정감을 못 찾고 불안정하던 그녀의 인생은 한 술 더 떠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남게 된 후 점점 더 불안정해지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두 가지가 한꺼번에 그녀의 곁에서 날아가 버린 뒤 느낀 상실감은 그녀를 쥐어짰을 겁니다. 그렇기에 헤드윅의 노래는 온통 상실감으로 가득 찬 풍선같이 느껴지더군요.

뮤지컬 <헤드윅 앤 앵그리 인치>에서 출발한 영화답게 [헤드윅]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음악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헤드윅이 모든 기운을 넣어서 부르던 노래는 평범한 관객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성전환자의 삶과 고통 그리고 희망에 대해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거든요. 저에겐 만약 음악이 아니었다면 비슷한 내용의 다른 영화보다 오히려 그저 그랬을 것 같기도 했구요. 무거운 스토리를 록음악이 강조하면서도 중화시키는 묘한 작용을 해내고 있었다는 게 가장 정확할 표현일 거 같습니다. 물론 감독, 각본에 배우까지 존 카메론 미첼이 아니었다면 그 매력도 충분히 살릴 수 없었겠죠. 헤드윅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절절하고 가슴 아프게 상처받은 영혼을 잘 그려내고 있었거든요.

헤드윅은 언제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어느 부분도 완전하지 않다고... 그래서 자꾸만 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했으며 집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내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않는 나를 누가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상실감은 스스로 치유해내야 합니다. 타인에게서는 잠시의 위로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완치되긴 어려운 법이죠. 아무리 나누어진다고 해도... 어떤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그녀는 그녀일 뿐입니다. 헤드윅으로 치장해온 모든 장식품을 벗어버리고 그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진정한 헤드윅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그런 존재니까요. [헤드윅]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어 인간 본연으로서의 나를 발견하길 부탁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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