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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도 이야기의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ldk209 2011-12-14 오후 5:11:00 513   [0]

 

상상력도 이야기의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

 

스티븐 스필버그가 1981년에 <레이더스>를 만들고 난 뒤, 벨기에 만화 <땡땡의 모험>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고 비로소 만화의 존재를 알았고, 이후 이 만화의 팬이 됐다고 할 정도로 에르제의 <땡땡의 모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열광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어릴 때 만화잡지에 소개된 일부 장면만을 본 기억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만화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선 거의 무지한 상태다.

 

어쨌거나 에르제의 원작 <유니콘호의 비밀> <라캄의 눈물> <황금 집게발 달린 개>를 뒤섞어 각색한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앞으로 <틴틴>)의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어느 날 중고장터에서 유니콘이 새겨진 모형배를 사게 된 소년 특종기자 틴틴(제이미 벨)은 그 배에서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발견한다. 틴틴은 이 메시지가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주는 단서라 믿고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곧 사카린(다니엘 크레이그) 일당에게 납치되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틴틴은 애견 ‘스노위’의 도움으로 하독 선장(앤디 서키스)과 함께 탈출한 후 보물을 찾아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거쳐 모험을 펼쳐나간다.

 

원작 세 편을 뒤섞어 놨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얘기는 된다. 그런데 얘기의 흐름이 너무 헐거워 톡 건드리기만 해도 끊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속도도 빠르고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액션이 펼쳐지는데도 이상하게 몰입되지 않고 뭔가 좀 어색하고 불안했던 느낌이 아마도 이야기의 헐거움 때문이리라 일단은(!) 그저 생각해본다.

 

원작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보리라 마음먹은 것은 당연히 <틴틴>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한 영화라는 점이었다. 거기에 제작에 피터 잭슨, 각본엔 에드가 라이트가 참여했으니 이름만으로도 기본은 먹고 들어가리라는 믿음. 특히 영화의 내용이 스필버그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그런 내용의 영화라는 점이 <틴틴>에 대한 기대의 근거였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앞에서 잠깐 얘기했다시피 이야기의 헐거움은 그렇다 치고, 기본적으로 왜 이런 방식의 영화를 스필버그가 만들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영화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이를 먹지 않는 원작의 캐릭터들 때문에? 또는 원작에 대한 무게감 때문에? 또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길 바라는 팬덤의 존재 때문에?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려면 말 그대로 원작을 그대로 살린 2D 애니메이션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바로 3D로 제작해서 망해버린 <스머프>와 마찬가지로. 문제는 퍼포먼스 캡처로 창조된 <틴틴>의 캐릭터들이 실사와 만화 캐릭터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틴틴처럼 매우 실사적 느낌의 캐릭터부터 탐슨과 톰슨 경찰처럼 전형적인 만화 캐릭터까지 들쑥날쑥이다. 이러다보니 배경과 캐릭터가 분리된 듯 보이기도 하고, 액션 장면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 해도 그것이 실제적 느낌으로, 그러니깐 재미로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눈이 휙휙 돌아갈 뿐.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의 강점은 놀라운 상상력과 그것이 정말이라고 믿게 만드는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틴틴>에선 놀라운 상상력도, 이야기의 힘도 느껴지질 않는다. 만약 이 영화에서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틴틴>은 오히려 로버트 저메키스가 이뤄놓은 성과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듯 느껴진다. 여전히 Uncanny Valley Effect(혐오감의 계곡 효과 : 로봇이나 애니메이션이 점점 실제 사람과 비슷해지는 수준이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오히려 혐오감을 주게 된다는 이론)는 극복하지 못했고, 매우 빠르고 유쾌한 영화를 보면서도 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 차라리 실사로 제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또는 아예 원작을 파괴하고 에드가 라이트가 자신의 색깔로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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