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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지름길이란 없다... 언 애듀케이션
ldk209 2011-12-22 오전 11:22:00 869   [0]

 

인생에 지름길이란 없다... ★★★☆

 

※ 영화의 중요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이 가능할 정도로 똑똑하고 성적도 우수한 17살 여고생 제니(캐리 멀리건)는 비오는 어느 날 첼로를 든 채 버스를 기다리다 데이빗(피터 사스가드)의 호의를 받아들여 그의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첫 만남에서 호감을 느낌 제니는 그와 재회한 후부터 화려하면서도 짜릿한 경험들을 하게 되고, 집과 학교를 오가던 시시했던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품게 된다.

 

일종의 성장영화인 <언 애듀케이션>을 뒤늦게 찾아보게 된 건 당연하게도 캐리 멀리건 때문이다. 이 오묘한 매력의 배우를 처음으로 만난 건 알고 보니 <오만과 편견> 때였다. 사기 기질이 농후한 군인을 따라 가출해 버린 당돌한 꼬마 숙녀 키티 베넷. <네버 렛미고>를 보고 나서야, 우리가 이미 전에 만났다는 걸 알게 되었고, <드라이브>를 보고 나서, 그녀가 떠오르는 신성으로 인정받게 된 <언 애듀케이션>을 꼭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녀가 영화에 출연한 첫 작품이 <오만과 편견>이고, 그녀가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영화가 <언 애듀케이션>이라는 점이 참 묘하다. 어쨌거나 둘 다 자신보다 한참 나이 많은 남자에게 일종의 사기를 당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얌전함과 일탈의 양면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마스크가 캐스팅에 큰 힘을 발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언 애듀케이션>은 제목 그대로 과연 우리의 현실에서 교육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인지, 또는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은유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니는 집이나 학교보다 그녀가 직접 선택한 경험, 그것도 철저하게 패배한 현실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으며, 마른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한심할 정도로 어처구니없었던 경험을 밑천삼아 제니는 그저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지혜로운 숙녀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몇 가지 주요한 사례를 반추해보면,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부모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고등학생이 어머니를 칼로 죽이고 그 시체를 안방에 넣어 둔 채 몇 개월을 보내다 시체를 발견한 아버지의 신고로 구속되었다. 또 한 중학생은 20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했고, 남긴 유서에서 ‘동생은 원하는 것을 하게 해 달라. 그리고 자신의 무덤에 아이팟과 곰인형을 넣어 달라’고 남겼다. 너무나도 끔찍하면서도 슬픈 두 사건의 공통점은 자신의 욕망을 자식에게 과도하게 투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매우 보수적인 제니의 아버지는 평소 ‘옥스퍼드 대학교’를 입에 달고 다니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사생활을 간섭하곤 했다. 자신이 못다 한 것 또는 부족한 것을 자식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욕망의 투영. 이런 입장이라면 제니가 중년 남자 데이빗과 교제하고 그와 결혼하려 하는 것을 반대하고 딸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버지는 너무나 쉽게 교제와 결혼을 찬성한다. 왜일까? 이건 또 다른 욕망의 투영, 옥스퍼드는 중간 기착지로서의 의미일 뿐, 최종 목적지는 부유한 삶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아버지가 보기에 딸이 옥스퍼드를 포기하고 데이빗과 결혼하는 건, 목적지로 가는 지름길을 찾은 것으로 확신했다는 것이다. 즉, 일견 제니의 성장영화로 보이는 이 영화는 같은 비중으로 사실은 부모의 욕망이 어떻게 자식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부모나 자식이나 동일하게 깨달아야 했던 건 바로 인생에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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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애듀케이션(2009, An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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