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시즌, 언제나 우리 집에서는 채널쟁탈전이 벌어진다. 오랜 롯데의 부산갈매기(?)를 맡고계시는 아버지는 항상 프로야구중계채널을 사수하셨고 우리 자매는 대체 왜 별 재미도 없는 스포츠를 그리도 신나게 관람하시는지 투덜거리며 방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거의 모든 스포츠가그렇겠지만 티비로 보는 야구는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정말 지루한 게임이다. 하지만 야구장의 관중석에서 구호에 맞춰 내지르는 팬들의 함성과 뜨거운 응원열기를 맛본다면 어느새 열광적인 야구팬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매체에서 한번 걸러진 야구경기는 그 매력을 한껏 잃어버리고 만다. 스포츠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이 야구팬인지 아닌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나 그 영화의 '게임'에 또 '선수'에게 열광하게 할 수 있는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퍼펙트게임은 그 당시 뜨거웠던 롯데와 해태, 최동원과 선동렬의 불꽃튀는 라이벌대결을 잘 담아내고 있다. 사실 1승 1무 1패로 끝난 팽팽한 경기결과가 이 영화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전부이다. 하지만 관객이 '게임'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도록 영화는 어째서 둘의 경기가 그토록 뜨거웠는지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사람이 라이벌이 '되어가는' 과정을 영화는 아주 섬세하게 담고 있다.
사실 스포츠는 상대방을 눌러야만 자신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극도의 경쟁체제를 갖고있다. 하지만 본 영화는 서로를 이기기위한 경쟁이기보다는 서로 잔인한 경쟁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한껏 끌어내어 결국은 자신과의 경쟁, 자신의 한계를 이기기위한 게임을 하는 최동원과 선동렬, 두 선수를 보여주면서 진정한 스포츠의 의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뜨거웠던 그 해, 전설이 되어버린 그들의 퍼펙트게임을 완벽하게 보여준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스토리면에서 너무 남성적인(?) 스포츠를 다뤄서일까? 꼭 아름다운 여배우을 등장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어진듯한 신문기자 최정원의 캐릭터가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었다. 발랄한 여기자를 잘 드러내기는 했지만 억지스러운 설정과 연기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은 한 듯해서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