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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 다른 매력....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ldk209 2012-01-13 오후 1:00:23 666   [1]

 

같은 내용.. 다른 매력.... ★★★★

 

기본적인 스토리는 2009년에 만들어져 국내엔 바로 일주일 전에 개봉한 스웨덴판과 동일하다. 스웨덴 거대 그룹 베네르스트룀과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몰린 밀레니엄 기자 블롬크비스트(다니엘 크레이그)는 방예르 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헨리크 방예르(크리스토퍼 플러머)로부터 40년 전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조카 하리에트 사건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벌금을 해결할 높은 급료와 베네르스트룀에 복수할 자료를 주겠다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에 승낙한 블롬크비스트는 등에 용 문신을 한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와 팀을 이뤄, 방예르 가문의 어두운 진실 속으로 진입해 들어간다.

 

성경에 나온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는 연쇄살인에 대한 영화를 데이빗 핀처가 만든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엔 <세븐>이 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영화라는 점에서는 <조디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물론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은 확실히 스웨덴 판에 비해 돈을 들인 티도 역력하고 장면 장면의 세밀함과 유려함, 긴장감의 고조에 있어 잘 빠진 스릴러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세븐>이나 <조디악>의 그림자가 넘실대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내가 이 영화에서 받은 느낌은 스릴러 장르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와의 관계, 특히 모든 것들로부터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온 폐쇄적인 한 소녀가 점점 타인, 세상과 관계를 맺고 성장해가는 성장담으로서의 매력이 더 살아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어쨌거나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은 비교 당할 운명을 안고 태어났음은 확실하다.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원작소설과 이미 2009년에 만들어져 스웨덴 및 유럽에서 공전의 히트를 한 영화, 그런데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리메이크 영화가 나온다? 물론 스페인 호러 <REC>의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획영화와 <밀레니엄>을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밀레니엄> 미국 판의 특징은 우선 첫째, 리메이크임에도 여전히 스웨덴이 배경이라는 점, 둘째, 스웨덴 판보다 오히려 원작소설에 더 충실하다는 점일 것이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비영어권 국가에서 천연덕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 흔해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대체로 그런 영화들은 조금 오래된 과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시대의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하면서 영어를 구사한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보면 두 번째 특징, 그러니깐 원작소설에 충실하다는 점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즉, 미국으로 배경을 바꾸면 거기에 맞게 원작에 많은 손질이 가해져야 하는 데, 감독 자신이 원작의 훼손을 원치 않아 그대로 스웨덴을 배경으로 각색을 했다는 것이다.

 

헨리크가 40년 전 가족 중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은 하리에트의 압화 선물을 받고는 담당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스웨덴 판보다 원작에 더 충실하다는 특징이 살아 있다. 그리고 헨리크가 벌금과 복수라는 조건을 내세워 블롬크비스트를 설득하는 장면, 밀레니엄 편집장 에리카가 별장을 방문해 헨리크, 마르틴과 함께 투자 문제를 의논하는 장면, 블롬크비스트의 딸이 별장을 방문해 전화번호라고 생각한 숫자가 성경구절임을 알려주는 장면, 리스베트가 베네르스트룀의 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장면 등 굳이 사건 해결에 필요하지 않은 부가상황까지 데이빗 핀처는 원작과 동일하게 꼼꼼하게 집어넣고 있다. 심지어 블롬크비스트가 묵는 별장에 드나드는 고양이(!)까지. 그럼에도 마지막 부분에선 원작과 동일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 번 더 비트는 재치를 발휘함으로서 원작을 읽은 사람에게 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또한 스웨덴 판에선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존재감이 없었던, 그러나 원작소설 2, 3편에서 비중이 높아지는 드라간 아르만스키, 홀예르 팔름그렌 등의 캐릭터에도 신경을 써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여준다.

 

그렇다면 왜 미국 판은 사건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까지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려 했을까?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데이빗 핀처가 이 영화에서의 최대 매력을 스릴러로서의 사건 해결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스웨덴 판이 사건 위주로 연출되어 스릴러적 재미를 좀 더 추구했다면, 미국 판은 사건 위주라기보다 인물 위주로 연출되어 캐릭터의 깊이를 더 살렸다는 점이 아마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리스베트 살란데르. 아니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연기한 두 배우가 풍기는 이미지의 차이가 전체 영화에 미치는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노미 라파스의 리스베트가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면, 루니 마라의 리스베트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소녀의 느낌을 준다. 그래서 스웨덴 판은 복수의 쾌감이, 미국 판은 사건 해결, 복수의 쾌감보다는 연민의 정서를 더 많이 전달한다. 이는 둘 중 누가 나은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의 연출방향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는 점이며, 둘 모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내가 소설을 읽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노미 라파스보다는 루니 마라가 리스베트와 좀 더 가깝다고 느꼈다.

 

이 영화가 폐쇄적이고 교감능력이 부족한 한 소녀가 서서히 세상으로 나오는 성장담이라고 볼 때, 특히 마지막 장면의 쓸쓸함이 주는 여운은 길게 남는다. 이런 점에서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시각에서 이 영화를 재구성하면, 천재 소녀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블롬크비스트를 통해 타인과의 교감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의 인간적 배신, 즉 <소셜 네트워크>의 여성 스릴러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미국판 <밀레니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원작소설의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것.

 

※ 스웨덴판이나 미국판이나 남성 해커는 뚱뚱한 남자로 설정한 건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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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제작사 : Scott Rudin Productions, Relativity Media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millennium201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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