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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밖에 할게 없는 Perfect한 21세기 무성영화 아티스트
novio21 2012-02-07 오후 10:22:22 594   [1]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이제 12년이나 지났다. 영화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무성영화 시대는 사실 본 적도 없는 그런 영화다. 혹 그 시대와 관련된 영화는 봤지만 그래도 말소리는 나왔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나오는데 말이 안 나오다? 그야말로 넌센스다. 그런데 그런 넌센스라는 편견을 제대로 깨버린 한 편의 영화에 감사하단 말이 절로 나왔다. 프랑스나 벨기에 출신 연기자들이 다행히 무성영화에 나오는 덕분에 굳이 발음을 제대로 해야 할 부담이 없는 덕을 봤겠지만 그래도 연기자들의 열연은 무척 인상 깊다. 특히 주인공 조지 역을 한 ‘장 뒤자르댕’의 표정연기는 풍성하고 깊이 있었다. 아카데미 상 시상식이 조만간 개최될 텐데 21세기의 이 무성영화는 무려 10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고 한다. 얼마나 탈지 모르지만 이 후보 개수,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The Artist,’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흑백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흑백의 아름다움은 원색의 미학으로만 표현되는 현대의 영화의 화면을 압도하고 있다. 마치 사진 예술의 거장인 ‘카쉬’의 사진 전시회를 만끽하는 기분이었다. 1920-30년대의 아득한 공간을 배경으로 찍힌 장면 하나하나는 뭔지 모를 낭만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또한 무성영화라 해도 서사의 전개와 갈등 같은 매력을 형상화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방식이라도 오늘의 방식에 견줘 결코 녹슬지 않은 능력과 가치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거기에 무성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시대 분위기를 제대로 담은 노래들은 극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후크송이나 기계음으로 지쳐버린 귀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참 재미있게 들었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조건에서 이 영화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영화 속의 서사는 앞서의 매력만큼 또한 좋다. 한 시대를 풍미한 무성영화 스타의 번영과 몰락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오늘날 폐업과 몰락이 속출하는 이 시대의 남자들과 묘하게 연결된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면서 과거의 무성영화 방식만을 고집한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 조지 (장 뒤자르댕) 의 몰락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남자의 몰락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파멸 이후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장면에서 이 시대의 가장의 슬픈 뒤안길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남자에게 몰락은 모든 것을 상실한다. 심지어 함께 산 아내조차 떠나가는 것은 어쩌면 자연의 섭리인 것만 같다. 또한 모든 것을 잃은 후, 파멸해가는 그의 슬픈 모습은 무성영화에서조차도 한치의 오차 없이 형상화되고 있다. 몰락은 슬픈 것이리라. 특히 무성영화 스타가 상대하는 현실의 소리와 말에 대해 느끼는 공포를 표현하는 장면들은 독일 표현주의에서 형상화했던 공포스런 장면들을 생각나게 한다.
  영화는 언제나 문제제기는 현실로 하지만 그 해결책은 낭만으로 제시된다. 조지의 고단한 불행을 치료하기 위해 행복을 이끄는 천사가 등장한다. 몰락을 다시 행복으로 이끄는 Angel은 잠깐의 인연으로 묘한 감정과 사랑을 느낀 펩피 (베레니스 베조)다. 사실 그녀의 등장과 조지와의 만남 등을 통해 대충 알 수 있을 만큼 영화는 다소 Cliche한 플롯을 갖고 있다. 정말 과거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야말로 영화가 주는 매력일 것이며, the Artist란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이 정말 보고 싶은 환타지일 것이다.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음을 모두 알고 있기에, 그래서 도피하고 싶기에, 이런 극적 반전을 관객들은 너무나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춤은 정말 재미있고, 기뻤으며, 모두가 기대했던 춤이다. 영화 시작에서의 조지의 멋진 춤이 멋진 파트너 펩피와 함께 다시 한 번 나타날 때, 영화의 해피 엔딩은 절정을 이룬다. 아마도 모든 관객이 기뻤을 것이다. 그런 마지막이 비현실적이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낭만을 보고 싶은 것이 모든 이들의 바람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런 비현실적인 해피 엔딩으로라도 오늘의 활력을 찾고 새로운 기대를 품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주인공 조지가 했던 유일한 대사를 마지막 장면에서 들었을 때의 흥분과 감동, 그리고 만족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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