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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호러에 자연스럽게 이식된 동양 원혼.. 우먼 인 블랙
ldk209 2012-02-24 오후 3:51:08 690   [2]

 

서양 호러에 자연스럽게 이식된 동양 원혼.. ★★★

 

아내를 잃고 파산 직전에 몰린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외딴 마을 크리딘 기포드에 있는 일 마시 저택의 처분이라는 일이 맡겨진다. 마을에 도착한 그를 마을 주민들은 피하거나 쫓아내려 노력하지만, 그로선 파산을 모면하고 아들과 행복하기 살기 위해 무조건 해내야 할 일. 마을 주민들의 이상한 반응은 바로 일 마시 저택에 검은 옷의 유령이 살고 있고, 그 유령이 모습을 보이면 마을의 아이들이 죽게 된다는 미신 때문. 그러나 물러설 곳 없는 아서는 기괴한 저택에서 그곳의 남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하고, 저택과 여인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예전엔 공포영화를 꽤 좋아해 TV나 극장에서 하는 대부분의 공포영화를 가급적 보려 노력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공포영화를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는데, 누구는 나이 먹으니 겁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하지만, 아직도 괜찮다는 공포영화가 나오면 일단 촉수가 먼저 반응을 시작하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공포영화를 조금씩 기피하기 시작했던 건 <쏘우> 시리즈 이후인 게 분명하다. 그 이후 쏟아져 나온 핏빛 가득한 사지 절단 영화들의 강도는 그 이전 슬래셔 무비하고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오래 전 <버닝>같은 영화와 <쏘우>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명확해진다. 이건 공포영화라기보다 거의 참고 견뎌야 하는 고문에 가까운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쏘우 4>부터 공포영화, 그 중에서도 슬래셔 무비 쪽은 가급적 피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무튼, <우먼 인 블랙>은 음산한 기운과 미장센으로 승부를 거는 고딕 호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동양적 원혼의 착근이 자연스럽다는 점, 마지막으로 해리 포터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처음 선택한 영화라는 점에서 일단 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스토리로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우선, 마을주민들이 그토록 일 마시 저택에 이방인의 접근을 막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을 것인데, 마을 변호사를 포함해 마을주민들은 아서를 막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가 결여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아서가 일 마시 저택에 가야지만 이 영화의 전제가 성립되기 때문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 마시 저택으로 아서를 집어넣어야 되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 과정이 좀 어설프다는 얘기다. 그리고 알고 보면 일 마시 저택에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과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사고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아서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 서론이 짧다는 장점으로는 본론으로 바로 진입하게 된다는 점이지만, 주인공의 심리적 과정의 축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쉽다.

 

반면, 영화 자체가 주는 공포는 꽤 성공적이다. 안개에 둘러싸여 비밀이 숨겨진 듯한 낡은 고딕 건물이 주는 스산함,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려오는 삐걱거리는 소리, 낡은 계단, 음침한 복도, 괴상한 소품들까지.(대체 왜 저 저택에 살던 사람들과 아이는 저런 괴상한 인형들만 좋아했을까?) 일 마시 저택은 한 마디로 소위 ‘유령저택’의 모든 것이 갖춰진 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하다. 거기에 죽은 아이들과 이 모든 저주의 주인인 검은 옷을 입은 유령까지. 저택의 소품들과 작게 들려오는 소리 등이 조합한 공포는 시종일관 영화에 으스스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몇 번에 걸쳐 시도되는 충격효과 역시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반면, 검은 옷의 여인, 그 자체의 공포는 덜한 편이다. 등장하는 방식도 좀 전형적이고, 게다가 너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비밀이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혼령의 실체(?)는 동양, 특히 일본 호러의 지대한 영향을 떠올리게 한다. 복수, 한풀이를 위해 저주를 내리는 검은 옷의 여인은 전형적인 동양 원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면, 아서의 시선에서만 영화를 이끌다보니 혼령의 스토리가 저주를 내릴만하다는 공감의 차원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존 서구 영화에 등장하는 동양 원혼보다는 한결 자연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배우이름보다는 아직은 해리 포터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삶의 절벽에 서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 마시 저택 일을 수행해야 하는 주인공으로 인식되기엔 래드클리프는 너무 젊긴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어색하지도 않다. 안경을 벗고, 수염을 기르고 아이를 둔 성인으로 등장한 래드클리프의 연기는 고딕건물과 어울려 해리포터 시리즈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등 일단 성인연기자로의 데뷔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걷는 모습이 조금은 어색해보이긴 하는데, 아마도 이는 연기가 아니라 그 자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여태껏 고치지 못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여성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몰랐다. 영화를 보러 갔더니 관객 90%가 젊은 여성. 래드클리프가 화면에 처음 등장하자 여지저기서 수군수군. 공포 영화를 관람하는 데 제일 좋은 조건 중 하나가 많은 여성관객과 봐야 한다는 점에선 성공적인 환경.

 

※ 영화를 볼 때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귀 막고 제대로 화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벌벌 떨다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일어서며 "이게 뭐야. 별루네" 하는 건 대체 무슨 심리일까? 공포영화 보러 온 거잖어!!!!!

 

※ 특히 이런 공포영화는 극장이라는 - 커다란 스크린과 음향 효과, 집중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봐야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우먼 인 블랙>을 조그만 컴퓨터 화면으로 봤다면 정말 재미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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